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 매출이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한 가운데, 온라인 침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됐던 온라인 식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식료품만큼은 직접 보고 산다'며 그로서리 상품군을 강화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외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은 마이너스 성장(-0.1%)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15.8%)은 꾸준히 성장해 오프라인과의 성장률 격차가 2년 전인 2023년 상반기(5.1%)와 비교해 3배 이상 벌어졌다. 업태별로는 대형마트(-1.1%)와 편의점(-0.5%)이 마이너스 성장했고, 백화점은 매출이 0.5% 증가해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오프라인 전유물'로 여겨졌던 식품 부문의 온라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식품 부문의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에 그친 반면, 온라인 식품 매출은 19.6% 증가했다. 6월만 놓고 보면 오프라인 식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온라인은 24.1% 증가했다.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그동안 오프라인보다 약하다고 평가받던 온라인의 식품 경쟁력이 세지고 있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업태별로 식품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백화점(1.3%)과 기업형슈퍼마켓인 SSM(2.6%)은 증가했고, 편의점(-1.7%)은 줄었다. 1·2인 가구 증가 및 온라인 장보기 확대 등의 영향으로 대형마트보다 집 근처에서 소량 소비를 선호하는 추세가 SSM의 성장을 이끌었다.
식품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대형마트는 0.5%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들이 올해 연일 초저가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걸 고려하면 마이너스 성장이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중 할인 행사를 하는 것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수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필수 소비재인 식품에 대한 온오프라인 채널 간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소비 기준이 실용성과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형태로 변하면서 저가격을 앞세운 온라인을 향한 소비 쏠림이 계속될 거란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침투율은 2015년 13.2%에서 지난해 40.5% 수준으로 높아졌다
오프라인 업계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외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등 채널 다변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마트(139480) PB '피코크'는 컬리에서, 홈플러스 PB '심플러스'와 롯데마트 PB '오늘좋은'은 쿠팡에서도 판매한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킴스클럽도 PB '오프라이스' 상품을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을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마트는 죽전점과 킨텍스점, 동탄점을 스타필드마켓으로 전환했다. 마트 비중은 줄이고, 식음료(F&B)와 다이소, 올리브영 등 쇼핑 공간을 넓힌 형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개점 후 10개월간 매출이 리뉴얼(재단장) 전보다 39%, 방문객 수는 24% 증가했다. 올해 6월 문을 연 킨텍스점도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방문객 수는 67% 늘었다.
삼정KPMG는 '저성장 시대, 오프라인 유통의 생존 전략' 보고서에서 저성장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 업계의 생존을 위한 다각도의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김시우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 본부 전무는 "다양한 유통 포맷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등 신규 소비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미디어 비즈니스 진출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