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가 100만원 이하로 떨어진 외국인 객단가(인당 구매액)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이들의 소비 품목이 명품에 비해 저렴한 케이(K)뷰티와 K푸드 등으로 이동하면서 씀씀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면세점 매출에 큰 기여를 하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 축소도 객단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면세 업체들은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무비자 입국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은 전 정부에서 올해 3분기 중 시행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구체적인 지침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약 51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42만명) 대비 16.1%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들의 외국인 대상 매출액은 4조8415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969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방문객이 늘어도 소비액이 줄며, 상반기 외국인 객단가는 약 94만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167만원) 대비 약 43% 감소한 수치다. 지난 5월과 6월 객단가는 각각 81만원, 85만원까지 떨어졌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코리아 듀티프리 페스타 2025' 행사를 열고 다양한 할인 혜택을 담은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 수는 약 289만명으로 1분기(약 224만명) 대비 28.7% 상승했다.

그럼에도 객단가가 줄어든 것은 외국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최근 K뷰티, K푸드 등이 유행하며 관광객들이 과거처럼 명품을 구매하기보다는 화장품이나 김, 디저트 등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결국 면세점 입장에서 매출과 이익이 제일 많이 남는 품목은 고가의 명품 제품군"이라며 "트렌드에 따라 면세점 내 식품류, 화장품류 비율을 늘리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에 조성된 식료품 특화 매장 'TASTE OF SHINSEGAE(테이스트 오브 신세계)' 구역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재훤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다이궁(代工)'과의 거래를 축소한 것도 객단가가 줄어든 원인이다. 다이궁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선 물품을 구매한 뒤 중국 본토에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개인·단체 보따리상을 뜻한다.

과거 국내 면세업계는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다이궁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업체 간 경쟁으로 송객수수료가 최대 50%까지 치솟자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주요 면세점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다이궁과의 거래를 점차 줄이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고, 명품 소비 비중도 높아 매출과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단기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지난 3월 우리 정부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올해 3분기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정권 교체 이후 아직 세부 지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면세업계는 내수 진작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시내점의 수요 부진과 공항점 임차료 부담이 더해지며 실적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에 힘입은 매출 성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