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TV 시청률 하락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모바일 중심 소비 확산·송출 수수료 부담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전통적인 방송 중심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소위 '탈 TV' 전략을 본격화하며,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와 콘텐츠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방송 매출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2조6424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액도 3년 연속 감소했다. 방송 매출의 73.3%가 유료 방송 플랫폼 송출 수수료로 빠져나가 수익성 부담이 커졌다. TV 채널 매출 비중은 2019년 56.5%에서 2024년 49.1%로 하락했다. 업계 전반에 사업 구조 전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CJ온스타일 '겟잇뷰티' TV라이브 포스터 이미지./CJ온스타일 제공

CJ온스타일은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예능형 오리지널 콘텐츠로 커머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인나의 겟잇뷰티', '안재현의 잠시 실내합니다', '최화정쇼' 등 고유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뷰티·패션·리빙 영역에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4% 급증했고,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3623억원으로 4.2%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 '엘라이브(LLive)'를 통해 일본·프랑스 등 해외 현지에서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하며 국내 소비자가 직접 구매·통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누적 조회수는 100만회를 넘겼다.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모바일 전용 특집 방송, 계열사와의 콘텐츠 연계 등의 실험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276억원,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했다.

롯데홈쇼핑 엘라이브 채널을 통한 글로벌 라이브 방송./롯데홈쇼핑 제공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전용 채널 '쇼라(Shora)'를 통해 프랑스 브랜드와의 협업 콘텐츠를 확대하며 글로벌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23.8% 증가했다. 콘텐츠 중심 편성이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GS샵은 업계 최초로 2010년 모바일 앱을 출시한 이후, 모바일 중심 전략에서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온라인 거래 비중은 64.5%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전체 취급가는 2조6126억원에 달했다.

특히 2025년 1분기 기준 모바일 전용 숏폼 콘텐츠 '숏픽' 주문액은 전 분기 대비 40% 증가했고, 누적 시청 수는 2억4000회를 돌파했다. 상반기 기준 앱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460만 명으로, 경쟁사 대비 80만~100만 명 많다. 다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익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홈쇼핑이 더 이상 단순 '판매 방송'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 중심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탈 TV 전략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 방송 기반 산업이 소비자 경험 중심 콘텐츠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라며 "어떤 사업자가 먼저 콘텐츠 기반 플랫폼으로 안착하느냐에 따라 중장기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