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서울 가좌역 인근 상가 거리. 식당과 약국, 옷 가게, 안경점 유리창 곳곳에 '민생 소비 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었다. 길거리 인파 속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 사이에선 사용처를 확인하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여성복 옷 가게를 운영하는 문영미(46)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날씨는 덥고 폭우까지 내려 매출이 최악이었다"라며 "소비 쿠폰이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손님들이 미뤘던 쇼핑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경(34)씨는 "소비 쿠폰이 지급되고 피로 회복 영양제나 비타민 등을 사러 오는 손님이 적지 않다"라며 "추가 지급까지 고려하면 이번엔 꽤 쏠쏠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신청과 지급이 시작된 14조원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유통·외식업계는 물론 동네 의원, 세탁소, 헬스장, 약국 등 생활 밀착 업종까지 '쿠폰 특수' 잡기에 나섰다. 소비 쿠폰은 대형 마트, 백화점, 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과 일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용 가능 매장'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현장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새마을식당·홍콩반점 등 주요 외식 브랜드 가맹점 20여 곳에 쿠폰 사용 가능 안내물을 부착했다. 노브랜드 버거도 자사 앱(NBB)에서 행사 버거 세트를 구입하면 버거 단품 1개를 추가로 제공하는 '와페모 데이'를 27일까지 운영한다.
배달 앱 기업들도 대면 결제를 유도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소비 쿠폰은 식당 현장에서 카드 단말기로 결제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배달의민족은 앱 메인화면에 '만나서 결제' 기능을 전면 배치했고, 요기요는 소비자가 쿠폰 적용 매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편의점 업계는 할인전에 돌입했다. GS25는 한우, 꽃갈비, 장어, 전복, 사과 등 고급 신선 먹거리를 대거 들여오며 소비 쿠폰 수요를 겨냥했다. 완도 전복 10마리, 민물장어 300g을 각각 1만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CU는 라면·즉석밥 등을 최대 50%까지 할인하고, 세븐일레븐은 다음 달 말까지 일부 라면·아이스크림을 '1+1' 행사로 판매한다.
가구·패션 업계도 '소비 쿠폰 모드'로 전환했다. 에이스침대는 전국 115개 대리점에서 쿠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혼수 수요를 겨냥한 특별 할인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10만5000원을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한다.
크로커다일·샤트렌 등 1500여 개 대리점을 운영하는 형지도 소비 쿠폰 특수를 겨냥해 할인 행사를 강화했다. 형지 측은 "과거 재난 지원금 지급 당시 가두점 매출이 전월 대비 80~90%까지 급증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생활 밀착 업종도 가세하고 있다. 일부 헬스장은 회원권 결제 시 소비 쿠폰 사용을 안내하고 있으며, 동네 의원·치과·한의원, 약국, 안경점 등도 매출 요건을 충족한 곳에 한해 쿠폰 결제를 받고 있다. 세탁업체 크린토피아는 가맹 매장을 중심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10%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소상공인들은 자발적으로 홍보 문자를 보내며 '쿠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정철(50)씨는 "소비 쿠폰 사용이 시작되고 하루 만에 두 명이 이를 이용해 회원권을 결제했다"라며 "이런 정책은 자영업자에게 효과가 바로 체감된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일상생활 곳곳에서 소비 쿠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 외식뿐 아니라 미뤄뒀던 치료나 예방접종, 취미 활동 등에도 사용된다. 대학생 유보라(22)씨는 "다니던 병원과 안경점에서 '쿠폰 사용 가능하다'는 문자가 쏟아졌다"라며 "고민하다가 가다실 백신 접종비로 쓰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용처를 헷갈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맹점과 직영점을 혼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의 경우 30% 수준의 일부 가맹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다이소 가좌점 직원 이모(50)씨는 "매장 앞에 '소비 쿠폰 사용 불가' 안내문을 붙였는데도, 계속해서 사용이 가능한지 묻는 손님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생 소비 쿠폰은 1차 신청 이틀 만인 지난 22일 자정 기준 전체 대상자의 28.2%인 1428만 명이 신청했다. 지급액은 2조586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쿠폰의 불법 환전이나 가짜 영수증 발급 적발 시 회수는 물론,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과태료 처벌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