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례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무더위가 전국 채소밭을 뜨겁게 달군 데 이어, 장맛비까지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농작물 작황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온다습한 날씨에 민감한 시금치, 상추, 깻잎 등 잎채소류의 피해가 크다.
장마는 식물의 일조량을 줄이고 밭을 침수시켜 작물을 무르게 만든다. 장마 이후 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오면 잎이 타들어 가는 문제도 생긴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진 채소들은 노화가 빨라지고, 유통 과정에서도 신선도 유지가 어렵다. 채소 가격은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8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대형 마트 업체들은 올여름에도 신선한 상태의 채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팜 등 대체 산지를 적극 발굴하고, 특수 저장 기술을 활용하는 등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김시은, 홍윤희 롯데마트·슈퍼 채소팀 MD(상품 기획자·Merchandiser)는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유통 방식을 고도화해 고객들에게 매년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올해 폭염이 유난히 빠르게 시작됐고, 최근에는 장마까지 찾아왔다. 이런 기후 이변이 잎채소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최고 기온이 30도 후반에 달하는 시기에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는 바깥보다 훨씬 더 높게 올라간다. 이런 때에는 잎채소류의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생장(生長)이 멈추기도 하며, 병충해에 의한 피해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또 장마 기간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는 농작물의 침수를 유발하고, 식물의 일조량을 낮춰 뿌리와 잎을 연약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른 폭염 탓에 올해는 전국 산지의 출하량이 평년보다 줄어들고 있다. 장마가 지나간 뒤 폭염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상돼, 출하량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윤희 MD)
─ 여름을 앞두고 채소류 수급 준비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나.
"대체 산지 발굴에 주력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판매되는 시금치는 경기도 지역에서 난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해부터 평창 대관령 지역 농가와 협업해 고랭지 시금치를 시범 재배했고, 출하를 앞두고 있다. 고랭지는 폭염에 의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금치도 높은 품질을 유지한다.
또 올여름에는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상추와 깻잎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팜은 기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1년 내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전북 부안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스마트팜 농가를 방문해 상추와 깻잎 물량을 추가 확보했다." (김시은 MD)
─ 유통 과정에도 신경을 쓸 것 같은데.
"충북 증평에 있는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 내 CA(기체제어·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를 활용하고 있다. 이 저장고는 내부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농도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하고 신선도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시금치의 경우 보통 2~3일이면 시들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지만, CA 저장고를 이용하면 유통 기간을 1달까지도 늘릴 수 있다.
지난달 초 경북 산지 농가에서 시금치 총 6400단을 납품받아 CA 저장고에 보관했고, 이달 10일부터 전국에 물량을 풀어 완판했다. 최근 시금치 가격은 한 단에 4000원까지도 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가격을 2990원으로 책정했다. 품질도 좋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홍윤희 MD)
─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올해와 같은 이상기후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정적인 여름철 잎채소 수급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산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보통 두릅나물은 5월 초중순이면 수확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리산에 있는 두릅 농가를 발굴해 계약을 맺어 7월에도 신선한 두릅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팜 재배 작물 역시 매년 계약 물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김시은 MD)
"계약 농가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새로운 농법을 적용해 보고, 신품종도 조금씩 심어보면서 최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MD들은 산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품질을 눈으로 확인한다. 어느 날은 해남 지역에 있는 배추 농가 8곳을 둘러보기 위해 하루에만 자동차로 1100㎞를 이동해본 경험도 있다." (홍윤희 MD)
─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상품이 진열되는 마트 매대 뒤에는 MD들과 농가의 긴밀한 노력이 감춰져 있다. 엄격한 품질 기준을 맞추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발로 뛰겠다." (김시은 MD)
"채소 MD 입장에선 연중 가장 어려운 시기가 지금이다. 그래도 고객들이 가격 부담을 덜고, 믿고 살 수 있는 채소를 구입할 수 있도록 산지 대응부터 상품 선별까지 꼼꼼히 챙기겠다." (홍윤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