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선구매·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확대하며 현지 금융시장 공략에 나선다.

15일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롯데C&F는 이달 11일부터 베트남 번영은행(VPBank)과 공동 개발한 모바일 BNPL(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 '롯데 플렉스(LOTTE FLEX)'를 하노이에서 선보였다. 롯데C&F는 2023년 한국 롯데캐피탈과 일본 롯데파이낸셜이 공동 출자한 금융 회사다.

'지금 즐기고 나중에 결제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롯데 플렉스. /롯데 플렉스 제공

베트남에서 비(非)현금 결제 결제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자 롯데C&F는 지난해 9월 베트남 번영은행과 스마트 금융 설루션 연구·개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번에 롯데 플렉스를 선보이게 됐다. 롯데C&F는 롯데 플렉스 플랫폼의 개발과 운영을, 번영은행은 자금 제공, 여신 심사 등을 맡았다.

롯데 플렉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서비스로, 앱을 설치한 소비자는 간단한 본인 확인을 통해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롯데C&F와 번영은행 양사는 향후 공동 브랜드 카드와 디지털 뱅킹 앱, 전자 지갑, 디지털 결제 게이트웨이 등 협력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은 신용 카드 보급률이 낮다. 대신 빠른 디지털 전환과 이커머스 시장 확대, 베트남 정부의 '현금 없는 소비' 장려 정책 등에 따라 BNPL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BNPL 서비스는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사업자가 대금을 가맹점에 지급하고 이후 고객이 BNPL 사업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결제 방식이다. 신용카드와 달리 신용 점수가 필요하지 않으며, 수수료로 신용카드 대비 저렴하다. 할부 서비스도 제공한다.

롯데 플렉스의 경우 할부 기간이 1·2·3·6·12개월이며, 이자율은 연 10%다. 연체 수수료는 회당 3만동(약 1584원)으로 시장 평균보다 낮다.

베트남의 BNPL 시장은 작년 기준 약 19억1000만달러(약 2조6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베트남 전자상거래협회(VECOM)는 2028년 베트남 BNPL 시장 규모가 88억2000만달러(약 11조776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사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 부사장(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사장은 롯데캐피탈의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23년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 플렉스를 통해 베트남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롯데는 베트남에서 유통, 식품, 건설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지난해 베트남 매출이 48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향후 백화점과 대형마트 10개점을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