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샐러드와 어울리는 와인은 도멘 슐룸베르거 게부르츠트라미너.'
롯데마트의 주류 전문점 보틀벙커가 1호점인 잠실점을 재단장하고 식음료(F&B) 매장 '보틀벙커 비스트로'를 새롭게 선보였다. 5000여종의 와인과 페어링(pairing·궁합)할 수 있는 요리를 즐기는 공간으로, 1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19일 선 개장했다. 앞으로 2주간의 시험 운영을 거쳐 오는 7월 1일 정식 개점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오후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마트 보틀벙커 잠실점 한편은 비스트로를 단장하는 데 한창이었다. 비스트로와 외부로 연결되는 문도 새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미국 리츠칼튼 호텔과 한국 5성급 호텔 반얀트리, 프랑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구스타보 코레아 셰프가 개발한 15종의 메뉴와 이에 어울리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셰프들이 한 층 아래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직접 식재료를 공수해 메뉴를 만든다. 살구와 수박 등 제철 식재료로 만든 계절 메뉴도 매달 새롭게 선보인다. 가장 비싼 메뉴의 가격이 1만9800원, 2만원을 넘지 않는다. 강레오 셰프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장이 메뉴 개발에 함께 참여했다.
박혜진 보틀벙커팀장은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먼저 선보인 테이스팅(시음) 탭을 비스트로에도 적용해 음식과 어울리는 페어링 와인을 제안한다"며 "술을 쉽게 페어링하는 게 핵심이라 가격을 높게 잡지 않았다. 롯데마트의 식자재를 사용해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가 2021년 12월 잠실점에 첫선을 보인 보틀벙커는 롯데마트의 와인·위스키 등 주류를 취급하는 특화 매장으로 서울역점, 상무점 등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도 없다'는 콘셉트로 호응을 얻으며 업계에 주류 전문관 열풍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주류는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데, 보틀벙커는 롯데마트의 지역별 거점 점포에 매장을 내는 전략으로 집객 효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잠실점의 경우 개점 1년간 주류 카테고리 매출이 6배 성장했고, 이듬해엔 해당 매출이 5%가량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 시기 급증했던 와인 수요가 정체되면서 시장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량은 5만6542톤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 2021년 7만6575톤으로 정점을 찍은 와인 수입량은 2022년부터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와인을 수입 판매하는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 나라셀라 등 주요 업체들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도 2022년을 기점으로 내림세를 보인다. 이마트(139480)가 2023년 스타필드하남에 연 초대형 주류 매장 '와인클럽'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2월 영업을 중단했다. 수익성과 효율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롯데마트는 보틀벙커 1호점인 잠실점을 재단장해 콘텐츠를 더 강화했다. 이른바 '보틀벙커 2.0'으로의 진화다. 실제 주류 판매가 둔화한 와중에도 보틀벙커의 올해 1~5월 누계 매출은 전년 대비 5%가량 증가했다.
박 팀장은 "코로나 직전 1조원이 안 됐던 와인 시장은 2022년 2조3000억원대로 정점을 찍고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며 "일각에선 와인 시장이 죽었다는 평도 있지만, 우리는 시장이 이미 많이 성장했다고 보고 해당 분야를 전문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틀벙커가 처음 오프라인 집객을 위해 기획됐듯, 주류 시장의 빠른 트렌드를 반영해 2.0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보틀벙커 잠실점은 비스트로 외에 상품 공간도 재단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역점에서 선보인 '와인 앤드 플레이' 존이다. MBTI별로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페어링해 제안한다. 또 최근 수요가 급부상한 사케 비중을 2배 이상 늘리고, 수제 맥주와 하이볼 존도 새롭게 구성했다. 치즈 존은 고객이 오가는 동선으로 자리를 옮긴 결과 매출이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2일에는 보틀벙커 애플리케이션(앱)을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화 기능 중심으로 개편했다.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와인을 추천해 주는 'AI 소믈리에'를 추가하고, 와인과 위스키 구매 이력을 관리하는 '보틀로그', 점포별 재고 현황 및 매장 내 진열 위치 등을 확인하는 기능 등을 탑재했다.
음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앱을 이용해 '오늘 저녁 삼겹살 회식에서 먹을 5만원대 레드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추천 와인들이 떴다. 이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면 된다.
롯데마트는 소형 점포에 적용할 수 있는 '보틀벙커 셀렉트' 매장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슈퍼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에 선보인 데 이어 다음 주에 문을 여는 롯데마트 구리점에 조성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지난 18일 고객 30분을 초청해 비스트로 시연회를 열었는데, 예약을 시작한 지 15분 만에 준비된 티켓이 다 팔렸다. 고객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면서 "보틀벙커의 목적은 와인의 대중화다. 고객들이 최대한 많은 종류의 와인을 쉽게 시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