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법률상 '담배'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또다시 불발되자 관련 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소위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날 기재위 여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과 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비공개회의를 열고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재위는 앞서 지난 10일 열린 소위에서도 개정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이날 소위에선 기재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소매 판매자 간의 거리 제한 유예 기간 후 이들에게 궐련형 담배 판매까지 허가해 줄 것이냐는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등이 발의한 10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담배의 원료 범위를 기존 '연초(煙草)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화학물질을 합성해 제조한 합성니코틴은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어서 기존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규제가 불발되자 전자담배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규제에 찬성 입장을 보여온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국민의 건강권과 다소 피해를 볼 온라인 판매업자 두 입장을 두고 국회가 저울질하는 거 같다"며 "상식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라고 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규제가 지연될수록 편법 영업을 하는 판매자들만 이익을 보게 되며, 이는 적법하게 영업하는 자신들을 향한 역차별로 이어질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전자담배 제조, 수입, 유통 관련 종사자 등 약 670명이 가입된 단체다.
김 부회장은 "규제받고 싶어 하는 사업자는 누구도 없다"면서 "다만 (합성니코틴이 담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회적 부작용이 너무 커졌고, 더 지연시켰다간 시장의 존폐 위기가 올 거란 생각에 스스로 자정하자는 취지에서 규제를 수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노마드'를 출시한 글로벌 담배 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 측도 해당 규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BAT 측은 앞서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합당한 규제의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전자담배 판매업체 관계자도 "합성니코틴 판매자들이 온라인이나 PC방, 무인 자판기 등을 통해 액상 전자담배를 판매하면서 전자담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담배로 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관련 법안 마련 등을 통해 공정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2021년 98톤(t)에서 2022년 121t, 2023년 216t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9월 수입량은 316t이다.
다음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선비즈에 "국민건강권 증진을 위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에 대해서도 일반 담배와 같이 규제하는 게 맞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법 개정을 위한 설득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