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올해 백화점 마일리지 제도를 손질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일리지 제도는 백화점 결제액 1000원당 최대 1점을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고, 일정 점수 이상 적립되면 리워드(상품권)로 돌려주는 내용이다.
이번 개편으로 리워드로 돌려주는 비율을 2배 높여서 언뜻 보면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일리지 적립 가능한 브랜드를 재편해 예전보다 리워드를 받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마일리지 별 적립 브랜드와 리워드 기준을 변경해 적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마일리지 적립 카테고리를 명품과 패션&라이프 두 가지로 구분해 왔다. 현대백화점 카드나 현금으로 구입하면 1000원당 마일리지 1점, 상품권이나 기타 카드로 구입하면 1000원당 0.2점이 적립된다. 소비자가 명품으로 분류되는 브랜드에서 구입을 하든, 패션&라이프로 분류되는 브랜드에서 구입을 하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리워드를 돌려받을 때는 기준이 다르다.
1000원당 1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작년에는 명품 1000만원 어치를 구매하면 상품권 15만원을 받고, 2000만원을 구입하면 상품권 30만원을 받았다.
패션&라이프 마일리지는 점수 구간을 나눠 상품권을 줬다. 한 해 동안 패션&라이프 브랜드에서 5000만원을 구입하면 50만원, 7000만원을 구입하면 125만원을 주는 식이다. 1억원을 구입하면 250만원, 2억원을 구입하면 500만원, 3억원을 구입하면 900만원 상품권을 줬다.
현대백화점 마일리지 제도는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았다. 명품 마일리지를 보면 한 해 동안 명품 브랜드에서 쓴 금액의 1.5%를 상품권으로 주는 셈인데, 신세계·롯데 등 다른 백화점들은 대체로 3%를 상품권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백화점 중요고객(VIP) 최고 등급인 ‘자스민 블랙’ 고객이 1년 동안 주로 명품 브랜드에서 물건을 산다고 가정하면, 다른 백화점과 비교했을 때 현대백화점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리워드가 최대 200만원가량 적다.
백화점들끼리 ‘VIP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대백화점도 올해부터 마일리지 제도를 손봤다. 명품 마일리지는 다른 백화점처럼 리워드로 돌려주는 비율을 3%로 올렸다.
하지만 VIP들은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위주로 구입하는 고객들 아니면 바뀐 마일리지가 더 불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명품으로 분류됐던 브랜드들이 패션&라이프 브랜드로 대거 재편된 탓이다.
종전에는 명품 마일리지로 적립되는 브랜드가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디올, 고야드, 롤렉스 등 8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12개 브랜드만 명품 마일리지로 적립된다.
롤렉스, 바쉐론콘스탄틴, IWC 등 고가의 시계브랜드와 그라프, 부쉐론 등 보석 브랜드도 패션&라이프 마일리지로 분류됐다. 패션&라이프 브랜드의 경우 작년에는 1억원을 쓰면 250만원 상품권을 줬지만, 올해는 150만원만 준다. 2억원을 구입했을 때 주는 상품권은 작년 500만원에서 올해는 300만원으로 감소했다.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명품 마일리지 최소 기준도 작년 1만점에서 올해 1만5000점으로 올랐다. 한 해동안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해야 하는 금액이 최소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현대백화점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최상위 명품 브랜드를 위주로 소비하는 최고 등급 VIP들에게는 바뀐 혜택이 좋을 수 있겠지만 낮은 등급의 VIP에게는 혜택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소비자는 “그동안 고가 시계를 위주로 구입해왔는데 올해부턴 시계 브랜드가 명품이 아닌 패션&라이프 브랜드로 분류돼서 받을 수 있는 리워드가 작년보다 줄어들 것 같다”며 “마일리지 적립과 받을 수 있는 리워드를 잘 계산해서 구매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마일리지의 경우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리워드율을 두 배로 높였고, 업계에서 유일하게 운영중인 패션&라이프 마일리지의 경우 대상 브랜드를 대폭 늘렸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별 리워드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고객 전체에게 돌아가는 혜택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