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었던 옷을 3만7000원에 살 수 있다길래 연말 할인전을 하는 줄 알았다. 사이트 이름도 그럴듯했고, 브랜드 로고와 공식 모델이 착용한 이미지까지 있어 의심하지 못했다.”
직장인 최인혁(30)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 한 사이트에서 사고 싶었던 제품인 ‘블랙야크 남성 히마 WSP 다운자켓’을 3만7000원에 판다는 광고에 혹해 구입을 결정했다. 해당 제품은 정가 69만9000원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할인가 49만9000원에 팔리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3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다행히 최씨는 결제 직전 해당 사이트가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불법 위조 홈페이지라는 걸 알아챘다. 결제창에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간편 결제 기능이 없는 걸 보고, 포털창에 블랙야크를 검색해 해당 사이트가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제품 10개를 담아도 50만원도 채 되지 않아 얼른 구매하고 싶었지만, 결제 수단이 이상해서 찾아보니 비공식 가짜 홈페이지였다”며 “그대로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말 아웃도어 구매 수요가 늘어나면서 블랙야크·디스커버리·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본뜬 위조 홈페이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조 홈페이지는 SNS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공식 홈페이지 로고와 모델 착용 사진을 사이트에 불법으로 올리고 실제 제품 가격에서 90% 할인해 판매한다고 속인다. 짝퉁(가품)을 팔거나 카드 결제를 통해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사기 사이트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랙야크와 디스커버리, 노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위조사이트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주의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위조 홈페이지나 가품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해달라”며 “현재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관련해 고객 요청 사항이 있을 시 응대하고 있다”고 했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위조 홈페이지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모니터링뿐 아니라 세관을 비롯한 관계 당국과의 협력으로 가품 유통을 막고 있다”며 “해당 사이트를 발견하는 즉시 운영자에게 자진 폐쇄를 요청한다. 해당 사이트가 폐쇄되지 않거나 상표권 침해가 심각한 경우엔 관련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IP로 사전 단속 난망... 위조 홈페이지 발견하거나 피해 봤다면 즉시 신고해야
경찰 등에 따르면 위조 홈페이지는 IP 주소를 해외에 두고 있어 단속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검색이 아닌 SNS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도 어렵다. 또 해당 사이트가 위조임이 발각된 뒤에도 교묘히 일부 주소만 바꿔서 다른 위조 홈페이지를 생성하는 방식이라 완벽한 단속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차원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기도 하다”며 “발견 즉시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조 홈페이지인 줄 모르고 약 100만원을 결제한 대학생 강연지(22)씨는 “SNS를 하다가 광고가 떴는데 공식 모델 착용 사진도 있어서 진짜인 줄 알았다”고 했다. 강씨는 결제 후 제품이 오지 않자 위조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이메일로 환불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도 받지 못했다.
금융 업계에서는 거래 내역, 결제액, 주문서 등 해당 사이트에서 거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으라고 권고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별 환불 또는 거래 취소 정책이 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거래 내역 등 증빙 자료가 있다면 환불 또는 거래 취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씨도 혹시 몰라 캡처해 둔 거래 내역과 주문서가 있어 뒤늦게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위조 홈페이지를 발견했거나 피해가 생겼을 시 인근 경찰서 사이버범죄팀 또는 특허청의 ‘지식재산침해 원스톱 신고상담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위조 홈페이지는 브랜드 상표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가품 유통과도 관련이 있어 상표법 적용을 받는다.
상표법 제108조에 따르면 타인의 등록 상표·지정 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사용 또는 사용 목적으로 제작·교부·판매·소지하는 경우를 상표권 침해 행위로 규정한다. 이때 상표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 관계자는 “브랜드 상표권자가 위조 홈페이지를 발견한 뒤 고소하거나 소비자가 해당 페이지에서 구입 후 피해를 본 경우 신고하면 수사 사안인지 검토한 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유사 피해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