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유동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보유 토지 자산 재평가와 저수익 자산 매각, 투자축소 등 자구책을 총동원한다. 실적이 어려운 면세점의 경우 해외 면세점 중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한다.
롯데그룹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IR)를 열고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011170), 롯데건설, 롯데쇼핑(023530)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밝혔다. 자산 효율화 작업과 재평가, 비용 감축 등이 골자다.
이날 기업설명회엔 은행·금융투자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투자·리스크 심사 등을 담당하는 재무 담당자, 사채권자, 기관투자가 등 300명가량이 몰렸다. 앞서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가 발생하자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롯데쇼핑은 15년 만에 7조6000억원 규모의 보유 자산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출 방침이다. 2009년 자산 재평가 당시 보유 자산 규모가 3조1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커져 부채비율을 102%에서 87%로 낮췄다.
롯데쇼핑은 토지 자산이 7조6000억원까지 늘어난 데다, 이번 재평가에서 15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반영되면 자본 증가 및 부채비율 축소, 신용도 개선 등 재무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점포 효율화를 위해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 매각을 추진한다.
호텔롯데는 부동산 자산이 상당한 만큼 롯데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와 협업을 포함해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호텔 브랜드 중에서 ‘L7′과 ‘시티’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고정비 절감을 위해 월드타워 내 호텔 영업 면적을 축소하고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업황 회복이 느린 면세 사업의 경우 쇄신을 위해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를 통한 점포 효율화를 추진한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일본, 베트남, 호주 등 해외에서 시내면세점 4곳과 공항면세점 8곳을 운영하고 있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월드타워 내 호텔 영업 면적을 축소하고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회사채 위기가 불거진 롯데케미칼은 저수익 자산 매각에 나선다. 여수·대산 공장은 이미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내년 이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내 투자 집행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 과도한 투자를 줄일 방침이다. 또 기초화학 비중을 현재 50%에서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하고, 첨단소재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매출 8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력이다.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관련해선 6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보강하기로 했다. 이 회사채를 사채권자집회 이후 법원 허가를 받아 내년 1월 14일까지 보증사채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회사채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추가하면 해당 채권은 은행 채권의 신용도만큼 신용도가 보강되는 효과가 있다.
롯데건설은 부채를 1조원 감축해 올해 말 부채 비율을 187.7%로 낮춘다. 올해 말 현금성 자산은 1조3000억원, 차입금은 1조9000억원대를 각각 목표로 한다.
또 우발채무 규모를 올해 3조6600억원에서 내년 2조4700억원대로 줄인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등으로 2조원 이하로 관리할 계획이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까운 장래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수 있는 특수채무를 의미한다.
롯데는 각 계열사가 내세운 이런 자구책에도 유동성 우려가 진화되지 않으면 가용예금과 지분 매각 자금,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롯데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자 10월 기준 총자산이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가 37조5000억원에 달하고 보유한 부동산 가치도 56조원으로 평가된다고 발표했다. 또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은 15조4000억원으로, 유동성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앞서 롯데그룹은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는 전체 임원 규모를 작년 말과 비교해 13% 줄였고, 최고경영자(CEO) 36%(21명)를 교체했다. 또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1970년대생 CEO를 대거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