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동남아시아 시장의 높은 잠재력에 주목했다.”

지난 11일 부산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권태혁 영롱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영롱은 2019년 설립된 건기식 업체다. 약사 출신 대표가 직접 만드는 영양제가 콘셉트다. 권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 작년부터 동남아 기반 쇼핑 플랫폼 쇼피를 통해 해외에 진출했다.

지난 11일 부산 영롱 본사에서 만난 권태혁 영롱 대표. /최효정 기자

케이(K)뷰티나 K푸드뿐 아니라 건기식 등을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저출산·고령화로 소비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새로운 판로 발굴이 필요하다.

건기식 수출은 증가세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건기식 등 미분류 조제 식품 수출액은 5억3228만달러(약 710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의 4억8133만달러(약 6400억원)보다 11%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산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쇼피 등 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도 한국 셀러(판매자) 발굴에 열심이다.

이들은 번역과 물류시스템 등을 지원해 한국 중소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역직구(해외직접판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의 해외직접판매액은 2014년 6791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1조697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권 대표도 역직구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건기식 시장이 이미 자리 잡은 북미나 일본이 아닌 성장 시장인 동남아를 타깃으로 했다. 권 대표는 “동남아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한국 연예인의 인기가 많아 다이어트나 피부 미백 등 이너뷰티(먹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쇼피에 입점하면서 초기 시장 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자사몰 구축과 물류 운영의 복잡성을 크게 줄였다”면서 “최근에는 쇼피 현지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도입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현지 고객에게 1~2일 이내에 제품을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은 정체됐던 회사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권 대표에 따르면 영롱의 올해 예상 해외 매출은 7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상 매출의 약 8%에 달하는 수치다.

진출 원년인 지난해(1억3000만원)와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아직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애만 진출한 상태로 향후 진출 국가를 지속해서 늘려나갈 방침”이라며 “인도네시아 등 추가 진출을 위해 현지인 직원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시장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국가마다 다른 문화와 규제가 장벽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무슬림 인구가 많아 건기식도 할랄 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원활하다.

권 대표는 “제조 공장이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엔 찾기가 어려워 제품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면서 “할랄전용시설을 직접 구비해서 진출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예 해외를 타깃으로 한 제품도 개발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는 채식 수요가 많아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 콜라겐 제품을 내놨다. 그는 “연구센터들과 협업해 각 국가에 맞춘 개별인정형 독점 원료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역직구 시장이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만큼 정부의 물류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셀러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이 물류비인데, 이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있다면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