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기업공개(IPO) 후 처음 주식 매도에 나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각) 쿠팡 모기업인 쿠팡 아이앤씨(Inc)는 기업공개(IR) 홈페이지를 통해 “김 의장이 이달 11일까지 쿠팡Inc 클래스A 보통주를 최대 1500만 주 매각하는 ‘사전적 거래계획(10b5-1)’을 몇 달 전에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 의장이 200만 주를 자선기금에 기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종가(주당 24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번 매도로 김 의장은 3억6000만달러(약 504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b5-1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정한 규칙이다. 최대 주주 등이 지분을 매각하기 전 매도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장은 2025년 8월 29일까지 주식 매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쿠팡 측은 이번 주식 매각 결정에 대해 “세금을 포함한 재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의 주식 매각은 2021년 3월 15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래 처음이다.
김 의장은 보통주 대신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주당 29배의 의결권이 있는 쿠팡Inc 클래스B 주식 1억7480만2990주를 갖고 있다. 투자 사이트 컴패니마켓캡에 따르면 쿠팡의 11월 현재 총주식 수량은 17억8900만 주인데, 이를 토대로 보면 김 의장의 지분은 전체의 9.77%로 추정된다.
이번에 매각 및 기부 계획이 시행되면 김 의장의 보유 주식 수는 1억5780만2990주로 전체 주식 수의 8.8%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종전 75.8%에서 73.7%로 낮아지지만, 김 의장의 쿠팡 내 지배력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김 의장의 주식 대량 매도 소식에 이날 쿠팡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26.89달러 대비 10.71% 하락한 24.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상장 당시 공모가인 35달러와 비교하면 68% 이상 떨어졌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각은 투자자들에 부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일각에선 쿠팡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의 3분기 매출은 10조6900억원(78억66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 증가한 1481억원(1억900만달러)을 기록했다. 달러 기준으로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25% 증가했다.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지만, 소매 순 매출과 영업이익은 월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소매 순이익은 총 61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62억40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 또한 예상치를 하회했다.
업계에선 김 의장의 이번 주식 매도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의 젠슨 황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보유 주식을 최고 가격에 팔았다.
하지만 현재 쿠팡의 주가는 상장 당시 공모가인 35달러와 비교하면 68% 이상 떨어졌다. 쿠팡 측은 “개인 주식 처분이라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라며 “이번 거래 완료 후 김 의장이 2025년 말까지 추가적인 주식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