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수수료율 인하 등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지난 4일 중개수수료를 두고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이어 차등 수수료안(案)을 제시했지만 양측 합의가 불발된 것이다. 이에 상생협의체는 오는 7일 추가 회의를 열고 양측에 중재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추가 회의에서도 상생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는 중개수수료 중재안을 권고안 형식으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배달 앱 중개수수료 관련 입법화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은 탓이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0차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5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전날 제10차 회의에서도 배달 앱 중개수수료 상생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측은 공익위원회와 개별 회의를 진행해 배달 앱 중개수수료에 대한 각자 입장을 재정립한 뒤 4시간 넘는 마라톤 논의를 이어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상생협의체는 양측 입장을 반영한 새로운 중재안을 마련해 추후 회의에서 최종안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배달시장 점유율 2위인 쿠팡이츠는 입점업체 매출액에 따른 차등 수수료안을 제시했다. 앞서 업계 1위인 배민도 매출액 하위 40%인 업주에만 기존 수수료율(9.8%)보다 낮은 2~6.8%의 차등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차등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상생안으로 꺼낸 것이다.

하지만 입점업체 측은 ‘최고 5% 수수료율 상한 도입’을 고수했다. 입점업체마다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더라도 5%보다 높은 수수료라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한발 더 나아간 상생안 마련을 위한 추가 검토 기간을 요청했다. 공익위원들은 다음 회의에서 그간의 논의를 토대로 최종적인 중재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다음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그간의 논의를 종합해 최종적인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11월 7일 추가 회의를 개최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제11차 회의에서 최종 상생안을 도출하는 등 최대한 마무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10번에 걸친 상생협의체 회의에도 배달 앱 중개수수료를 두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정치권에서는 배달 수수료 관련 입법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추후 재논의될 중재안이 최종 합의가 아닌 강제성 없는 권고안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6일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보다 당사자 간 상생안을 내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상생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로선 입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중개보수요율처럼 규제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매매·교환의 경우 성사된 계약금에 대해 최고 0.7%의 중개보수요율을, 매매·교환을 제외한 임대차의 경우엔 최고 0.6%의 중개보수요율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플랫폼공정화법’도 이를 염두에 두고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엔 공정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입점업체에 대한 수수료율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상생안 불발 시 수수료 상한제·우대수수료 입법을 예고하기도 했다.

배달업계는 수수료 상한제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규제하는 건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에서 주문 가격의 15% 이하로 배달 앱 중개수수료율 상한을 정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현지 배달 앱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서 ‘조례가 배달 수수료를 제한하는 건 위헌’이라고 한 선례도 있다.

배달 앱 업계 관계자는 “뉴욕시 사례는 어느 한쪽만 제한하는 게 상생의 방향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판결”이라며 “차등 수수료율 적용으로 우리도 한 걸음 물러난 만큼, 입점업체 측도 5% 상한제 외의 다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