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가 3개월 차로 접어든 가운데, 큐텐 싱가포르 본사가 사실상 휴업 상태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큐텐은 티메프의 모기업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이다.
큐텐은 지난 8월 중순 경영진 9명을 제외한 본사 직원 약 90명을 해고하면서 사무실엔 출근하는 직원은 없었다. 본사 공식 전화번호도 현재 사용이 잠정 불가능한 상태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싱가포르 선텍(Suntec)에 위치한 큐텐 본사는 외부인 출입 자체를 통제한 채 잠정 휴업 상태다. 선텍시티는 싱가포르 대규모 상업지구로, 한국 서울의 강남·역삼·삼성역 인근과 같은 곳이다. 큐텐 본사가 입주한 건물은 ‘게이트웨이 서쪽 빌딩(Gateway West)’이다. 이곳엔 미쓰비시 헤비 인더스트리 아시아 태평양 지사, 미쓰비시 파워 아시아 태평양 지사, DHL 싱가포르 지사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태평양·싱가포르 지사들이 들어와 있다.
큐텐 본사는 해당 건물 18층에 위치해 있다. 다만 지난 8월 1일 이후 외부인 통제를 엄격히 해달라는 큐텐 측 요청에 따라 지난 8일에는 올라갈 수 없었다. 이날 조선비즈가 찾은 해당 건물 관리인은 “큐텐 사무실엔 올라가도 아무도 없다. 지난달부터 아무도 출근하고 있지 않다”며 “사무실은 관계자와 함께 올라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에 취재 협조 요청을 위해 큐텐 본사 측에 전화를 했으나 해당 전화는 당분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만 나왔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전화도 현재는 착신 불가능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달 23일 싱가포르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이 큐텐에 결제 서비스 중단을 명령하면서 본격화됐다는 게 싱가포르 현지 교민·셀러(판매업자)들의 설명이다. 싱가포르통화청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큐텐 관련 여러 건의 정산 지연 불만 상황이 접수되자, 현지 판매자 보호 차원에서 큐텐 결제 서비스를 멈추도록 했다. 사실상 판매 활동이 중지된 것이다.
싱가포르 해외 셀러 A씨는 “미정산된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큐텐 본사 사무실에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이메일을 보내도 한 달 넘게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큐텐 결제 서비스 중단 안내 공지문이 전부였다”고 했다. 싱가포르기업청(ACRA, Accounting and Corporate Regulatory Authority)에 기재된 큐텐 본사 법인 등기는 살아있는 상태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현지 교민·셀러들의 중론이다.
현재 본사 사무실도 사실상 폐쇄 상태다. 큐텐 본사는 현지 직원 90여 명을 지난 8월 중순부터 말까지 해고한 뒤 경영진 9명은 재택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현지 교민 B씨는 “현지 직원들을 거의 다 해고한 상황은 경영·업무상 차질이 있다는 의미”라며 “한국에서 구영배 대표가 큐텐 지분 38%를 팔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본사 상황을 보면 이 또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한편 현재 티메프 사태의 핵심 책임자인 구영배 대표를 포함해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의 구속 영장은 기각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구 대표와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해 이번 사태의 책임과 구제 방안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이시준 본부장은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알려진 재무 책임자로, 큐텐이 2019년 인수한 인도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 ‘샵클루즈(Shopclues)’의 사내이사(Director)로 등재돼 있다. 샵클루즈도 현재 재무제표상 현금보유금은 거의 없는 상태다. 샵클루즈 또한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판매 대금 미정산 및 미환불 등으로 셀러들로부터 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