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메뉴라도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판매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소위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는 프랜차이즈·외식업체가 늘고 있다. 관련업계는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상과 무료 배달로 인한 배달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중 가격제 시행에 따른 가격 차이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 증가하는 이중 가격제 적용 식품 매장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중 가격 운영이나 도입 검토가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세트 가격은 매장에서 구매하면 7200원에 먹을 수 있지만, 배달 앱에서는 8500원에 판매된다. 버거킹 와퍼세트도 배달 주문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1400원 비싸다. KFC와 파파이스도 배달 제품 가격을 이미 올린 상태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는 이중 가격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중 가격제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상과 무료 배달로 인한 배달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현재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의 중개 수수료는 주문 금액의 9.7~9.8%다. 배달비는 1900~2900원이다. 이때 무료 배달은 통상 기존 정액제 대신 건당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기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배달 앱의 중개 수수료 인상과 배달비 부담에 대한 마지막 대응 수단으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앱을 통해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면 가맹 점주는 중개 이용료(9.8%) 1960원, 배달비 2900원, 결제 정산 수수료(3%) 600원, 부가세 546원 등 6006원을 지불해야 한다. 수수료만 판매가의 약 30%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개인 식당 운영자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사장인 최명식(45)씨는 “같은 메뉴여도 매장 판매와 배달 판매가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이 다르다”며 “이중 가격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위해 이중 가격제 명확히 고지해야”

가격 결정권은 프렌차이즈 업체나 점주에게 있다. 다만 이중 가격제 시행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게 문제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막는 탓이다. 직장인 김지영(30)씨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매장과 배달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는지 몰랐다”며 “적어도 배달 가격이 매장 가격과 다르다는 건 알려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재 몇몇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중 가격제를 공지하고 있다. 다만 작은 글씨로 ‘딜리버리 서비스 메뉴의 가격은 매장 가격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라고 알리거나 앱 내에 공지사항 버튼을 눌러야만 볼 수 있다. 이미 인상된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올린 경우도 있다. 소비자원 권고 외에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가격 차이를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싸지만 편리한 배달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불편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장에서 먹을 것인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판매자는 가격 정보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일명 ‘앱플레이션(앱+인플레이션)’으로 이중 가격제가 생긴 것”이라며 “배달 주문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더 높게 설정했다면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배달 앱 수수료율 규제 필요성도 제기… 미국·캐나다선 ‘수수료율 상한제’ 적용

한편,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상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배달 앱 수수료 인상은 규제가 없다. 배달 앱 3사가 수수료 인상 정책을 추진하고 적용하면 끝나는 구조다. 올해 8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민이 6.8%였던 수수료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서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해 규제하고 있다. 배달 앱 업체가 식당에 청구하는 배달 수수료 등의 상한을 일정 비율로 제한한 것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뉴욕·워싱턴 등에서는 주문 가격의 15% 이하로 배달 앱 중개 수수료율 상한을 정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州)도 지난해부터 수수료율 20%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중 가격제는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상과 배달비 부담에서 시작됐다”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