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저녁 7시쯤(현지 시각), 아프리카의 동쪽 작은 섬 모리셔스에 위치한 콘스탄스 벨 마레 플라지 리조트. 일행이 탄 차량이 멈추기 무섭게 직원들의 일사불란한 환대가 이어졌다. 체크인을 위해 이국적인 분위기의 리셉션장에 들어서자 한 직원은 따뜻한 젖은 수건을, 또 다른 직원은 웰컴 드링크를 가져다주었다. 모두가 우리 일행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
환대의 비결은 리조트 입구에 달린 작은 종에 있다. 고객이 탄 차량이 리조트의 철문을 통과하는 순간 고객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매니저에게 전달되고, 매니저는 이 종을 쳐 스태프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낸다. 펠레그리니 리조트 매니저는 “당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종을 울렸기 때문에 그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 시간을 포함해 비행시간 19시간 30분, 차량으로 한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이곳은 콘스탄스호텔앤리조트 그룹이 세운 첫 리조트다. 모리셔스공화국에 본사를 둔 콘스탄스호텔엔리조트는 인도양을 중심으로 모리셔스, 세이셸, 몰디브 등 전 세계 5개 국가에 총 11개의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콘스탄스 그룹이 모리셔스 동쪽 해안에서 운영하는 벨 마레 플라지와 프린스 모리스를 방문했다. 벨 마레 플라지는 1975년 지은 골프 리조트고, 프린스 모리스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하이엔드 리조트다.
◇챔피언십 골프 코스에 인도양서 가장 많은 와인 갖춘 ‘벨 마레 플라지’
아침이 되자 에메랄드빛의 인도양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전날 저녁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도 바다도 푸르렀다.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의 섬인 모리셔스는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청명한 하늘과 바다를 보자 덩달아 긴 비행의 피로가 씻기는 듯했다.
2km에 달하는 해변을 마주한 벨 마레 플라지는 5성급 리조트로 278개의 객실을 갖췄다. 골프장(140만m²)을 포함한 리조트 면적은 155만m²에 달한다. 4개의 수영장과 8개의 레스토랑, 8개의 바(Bar)를 운영한다. 850명의 직원이 고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숙객은 식사를 비롯해 수영, 스파, 하이킹, 윈드서핑, 스노클링, 쿠킹클래스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투숙객을 위한 키즈클럽도 운영한다. 4~11세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곳에 아이를 맡겨두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2개의 18홀 챔피언십 골프 코스를 운영하는 것도 이곳의 자랑이다. 1994년 개장한 ‘더 레전드’의 경우 모리셔스 최초로 PGA(미국프로골프)투어의 승인을 받았다. 2009년부터는 매년 모리셔스 상업 은행(MCB)과 챔피언십 투어를 열고 있다. 투숙객은 추가 비용 없이 라운딩을 하고, 골프 레슨도 받을 수 있다.
골프채조차 잡어본 적 없던 우리 일행은 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레슨을 받았다. 어정쩡한 자세에 공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지만, 강습에 나선 라케쉬 프로는 “수퍼! 수퍼!(최고다!)”를 외치며 우릴 격려했다. “끝까지 공을 주시하라”는 조언도 반복했다. 일행을 지켜보던 한 투숙객은 “세계 최고의 골프 선생님”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저녁에는 레스토랑 ‘블루 페니 셀러’에서 와인을 시음했다. 벨 마레 플라지는 3만5000병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양 호텔 중 가장 많은 양으로, 유명 와인 전문 매체 와인스펙테이터는 이곳에 ‘레스토랑 와인 어워드’를 수년째 부여하고 있다.
◇왜 ‘프린스’인지 알겠다... 은밀한 지상 낙원 ‘프린스 모리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등을 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노년 시절 모리셔스를 찾아 이런 말을 남겼다. 이후 전 세계 모험가들이 모리셔스로 향했다. 대체 얼마나 근사하길래 천국까지 소환된 걸까. 다음 날 방문한 콘스탄스 프린스 모리스에서 그의 말을 조금 공감하게 됐다.
벨 마레 플라지에서 7km가량 떨어진 프린스 모리스는 움푹 들어간 해안과 석호(潟湖·모래나 자갈이 쌓여 바다와 분리된 호수)를 품고 있어 잔잔하고 고요한 인도양을 즐길 수 있다.
벨 마레 플라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더 비밀스럽고 목가적(牧歌的)이다. 지형을 활용해 물 위에 조성한 독립형 빌라와 플로팅(Floating·수상) 레스토랑, 바 등이 특별함을 더했다. 물 위에 둥둥 뜬 바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니 ‘천국’이라는 단어가 실감이 났다. 해가 저물자 머리 위로 별이 쏟아졌다. 바의 조명이 비춰진 바다에선 물고기가 떼 지어 헤엄치는 게 보였다.
로맨틱한 분위기 덕인지 투숙객 중엔 유독 연인이나 부부로 추정되는 이들이 많았다. 콘스탄스 직원들도 신혼여행지로 프린스 모리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미국 가수 앨리샤 키스가 제작해 2021년 방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조트 투 러브’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프린스 모리스는 89개의 객실과 340명의 직원을 갖췄다. 서비스는 벨 마레 플라지와 비슷했다. 인접한 벨 마레 플라지의 골프 코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 역시 인도양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저장고)를 갖추고, 2만5000병의 와인을 보유했다. 덕분에 식사할 때마다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었다. 콘스탄스 호텔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전 지점에 와인을 특화하고, 와인과 곁들인 미식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모든 와인은 그룹에 소속된 130여 명의 소믈리에가 전 세계 와이너리에서 직접 주문한다.
◇잠시 인도양의 주인이 되어 본 순간... 단점은 ‘너무 먼 거리’
두 리조트의 강점은 인도양을 품은 이국적인 자연 환경에 있다. 원래 모리셔스에서 설탕 제조 사업을 하던 콘스탄스 그룹은 인도양 전역에 사둔 땅에 리조트를 조성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깨끗한 해변과 열대 정원을 품은 확실한 위치 선정으로 인해 리조트에 있는 것만으로 인도양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식비 등 비용 일체가 모두 포함된) 리조트답게 리조트 내에 할 거리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설탕 박물관, 성모 마리아 성당 등 모리셔스의 주요 관광지와도 가까워 여행객들은 하루나 이틀은 모리셔스 지역을 관광하고, 나머지는 리조트에서 보내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먼 거리를 날아 온 한국인에게 이런 일정은 무리다. 한국에선 직항이 없고, 비행시간만 16시간 가까이 걸리는 탓이다. 리조트의 주 고객인 유럽인들은 평균 9일 정도 숙박하지만,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휴가가 짧고 오가는 시간이 길어 4~5일 정도를 머문다. 그렇다 보니 관광이나 리조트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신혼 여행객들 중엔 특별한 경험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자는 두 리조트에서 ‘미스 김’으로 통했다. 마주치는 직원마다 “미스 김, 하 우아 유”하며 인사를 건넸다. 프린스 모리스 매니저 실버벨에 따르면 콘스탄스 리조트의 직원들은 투숙객의 방 번호 대신 이름을 기억하도록 교육받는다.
직원들은 투숙객을 그림자처럼 돌봤다. 사용한 세면대를 보고 욕실의 발판 위치를 바꿔놓거나, 약봉지를 보고 물병을 더 가져다 놓는 식이다. 실버벨 매니저는 “럭셔리는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경험”이라며 “고객이 느끼는 환대가 진정한 럭셔리다. 손님으로 왔지만, 친구로 돌아간다는 게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