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주인이 나인지 배달의민족인지 모르겠다. 배민클럽 가입 없이 기존 알뜰배달만 무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하니까 최소 주문 금액을 경쟁사인 쿠팡이츠와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고 하더라.”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한영훈(43)씨는 “최소 주문 금액을 올리면 주문이 줄어들 게 뻔하다. 우선은 배민이 지원금을 주는 기간 동안만 배민클럽을 이용해 볼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앱에서 가게배달(자체 배달)과 기본 요금제인 울트라콜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그런데 전날 배민클럽에 가입하지 않고 알뜰배달(묶음 배달)을 통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주문 금액을 기존 1만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배민의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 시장 점유율 1위 플랫폼(앱) 배민은 전날 유로 구독 모델인 배민클럽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중개 수수료 인상 등에 따른 입점 업체들과의 갈등 속, 처음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에 도전한 것이다.

배민클럽은 주문자가 월정액을 내면 모든 주문을 무료로 배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정식 출시 전 3개월 동안은 무료로 시범 운영됐다. 배민은 음식 배달비 무료·할인 외에도 B마트와 배민스토어 등 커머스 연계·타사 제휴 서비스도 배민클럽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이다.

◇입점업체, ‘울며 겨자 먹기’ 식 배민클럽 가입… ‘배민 보이콧’ 움직임도

배민클럽은 입점업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배민클럽 가입 가게가 되면 배민 앱 내 배민클럽 전용 카테고리에 가게를 홍보할 수 있고, 가게에도 배민클럽 배지가 달린다.

그러나 기존 가게배달 서비스 이용 점주들은 배민클럽 가입 시 소비자의 배달비 할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배민은 일단 4개월 동안 배민클럽 가입 점주에 마케팅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음식 주문 한 건당 배달비의 2000원을 페이백(payback·구매 시 지불한 돈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하는 방식이다.

마포구에서 중국집을 운영 중인 김 모(55)씨는 “소비자들은 무료 배달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앞으로 배민클럽 배지가 있는 가게만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일반 가게배달보다 높은 요금제로 옮기도록 압박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배민 보이콧’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다. 이들은 오는 19일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독·과점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 구독 서비스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그 부담은 점주와 소비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소비자, 배민클럽 가입 ‘머뭇’… “배달비 혜택만으로는 부족”

소비자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배민클럽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배달비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면 배민클럽 배지를 단 가게에서 알뜰배달(묶음 배달)로 주문하면 무료 배달이 되고, 한집배달(1건 배달)로 주문하면 배달비가 할인된다.

배민클럽 소비자 정상가는 월 3990원이다. 다만 한동안은 월 1990원 요금제가 적용된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할인된 요금을 언제까지 적용하겠다고 정한 건 없다”며 “당분간은 월 1990원 요금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배민클럽 서비스가 다른 배달 앱 구독 서비스보다 나은 점을 아직은 못 찾았다는 분위기다. 6년째 쿠팡이츠·요기요 구독 서비스를 사용 중인 직장인 최인혁(31)씨는 “배달 플랫폼 3사가 모두 하는 쿠폰 발행, 배달비 무료·할인 혜택만으로는 장점이 부족하다”고 했다.

직장인 박 모(32)씨는 “배민클럽 사전 가입자 혜택을 준다고 팝업창에 떴을 때도 가입하지 않았다”며 “다만 자취하는 입장에서 B마트 등 연계 서비스는 좋아 보인다”고 했다. B마트는 식자재 배달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