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따른 지역 소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위기 속 지역과 상생하는 유통업체들도 있다. 조선비즈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토종 유통업체들의 현장 및 지자체 현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추석을 앞두고 두부 생산량이 20~30% 정도 늘었어요. 자동화 공정이지만 아예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출하하는 건 불가능해요. 결국 두부를 포함해 생면, 물류센터까지 음성 사람들의 손길이 다 닿아 있죠."
지난 6일 풀무원 두부·생면(냉장면) 공장과 물류센터가 있는 충북 음성에서 만난 이옥규(39) 풀무원 홍보 담당자는 '풀무원 두부·생면 공장과 물류센터가 충북 음성군과 함께 만든 시너지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두부 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라며 "두부 1개 생산 라인당 7~8명의 작업자가 투입되고 있다. 특히 두부면의 경우엔 최소 14명 정도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풀무원은 국내 두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당초 풀무원은 유기농법을 추구한 농장 이름이었다. 이곳에서 고(故) 원경선 원장은 한국 전쟁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청년, 갈 곳 잃은 노인·실향민 등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이때 전파된 원 원장의 '이웃 사랑 생명 존중' 정신은 브랜드 정체성이 됐다.
원 원장은 1981년 잉여 유기농 채소를 팔고자 서울 압구정동에 가게를 냈지만, 채소는 잘 팔리지 않았다. 원 원장의 아들 원혜영씨가 경복고 동창인 남승우씨와 함께 1984년 공동 대표로 풀무원식품 법인을 세우고 유기농 채소를 팔고자 두부를 미끼 상품으로 내놨다. 당시 보기 힘든 깔끔하고 위생적인 두부 포장은 매출 성장세로 이어졌다. 법인 설립 첫 해 7800만원이었던 풀무원 매출은 1994년 1000억원을 넘어섰고, 1995년 (주)풀무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16년에는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전국 3곳서 두부 공장 운영… 음성 두부 공장이 최대 규모
풀무원은 충북 음성·강원 춘천·경남 의령 등 3곳에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최대 규모는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준공한 두부 공장으로, 2003년 준공 당시 119억원을 투자했다.
1·2 공장동으로 이뤄진 음성 두부 공장에서는 국산콩 또는 수입콩으로 만든 부침·찌개용 두부와 연두부, 가공두부를 생산한다. 생산 규모는 하루 최대 24만모다. 세척하고 불린 콩을 맷돌에 간 뒤 비지를 거른 맑은 두유에 천일염에서 뺀 간수를 넣는다. 두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자동화로 진행된다. 대신 작업조 직원들은 불량품 검수·폐기를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에 집중한다.
자동화 공정이 어려운 두부면 생산은 수작업이 50% 정도 차지한다. 프레스 기계로 만든 포두부를 절단기로 자르고 나면 작업자들이 케이스에 면발을 적절한 중량대로 배분해 담는다. 두부 공장 관계자는 "면발이 케이스에 끼지 않게 조절하면서 무게까지 맞추려면 정교함은 필수"라며 "아무리 자동화 기기가 발전했더라도 해당 작업만큼은 사람 손을 못 따라간다"고 했다.
국내 생면 시장 1위도 차지한 풀무원은 2021년 당시 600억원을 들여 음성에 최첨단 생면 공장을 지었다. 생면 공장은 ▲레토르트 중심의 1공장동 ▲건면·건더기 생산 중심의 2공장동 ▲생면·우동·소스 등 생산 중심인 3공장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연 평균 3억4000만 개의 생면 제품들이 생산된다.
생면 공장은 원재료 배합부터 숙성·압축·절단·증숙·가열·냉각·살균 등 면 생산 전(全) 과정이 전부 자동화돼 있다. 다만 면 제품과 각종 농축소스 제품을 한곳에 넣는 건 조립 공정에서 작업자들이 하나씩 포장한다. 조립을 마친 제품들은 신선도를 유지한 채 물류센터로 이동하기 전까지 냉장보관실에서 보관된다.
이렇게 두부·생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풀무원 음성 물류센터로 모인다. 하루 물동량만 10만 박스 이상이다. 2011년에 만든 물류센터는 IoT(사물인터넷)·AR(증강현실) 등 첨단 장비와 물류시스템을 갖춘 저온 자동화 스마트물류센터다. 신선 식품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 4도·냉동 -18도 이하 정온 관리에 힘쓰고 있다. 각 생산처에서 입고된 물량은 겐트리 크레인 등 자동화 설비를 통해 배송 지역을 분류한다.
◇음성군과 지역 주민 연계 취업 프로그램도 운영
풀무원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9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5.46%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CAGR)이 약 9%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액은 3조26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소비 외에도 전 세계 70여 개국 수출과도 관련이 깊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푸드가 각광을 받으면서 토핑이나 스낵, 건두부 등 두부 제품 외에도 평양냉면을 포함해 가쓰오 우동, 순두부찌개 양념 등도 인기몰이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생면 제품들은 미국·일본·베트남·싱가폴·영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집에서 간단하면서도 건강까지 챙기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한류 열풍까지 만나면서 두부에 이어 면 제품 수출까지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음성 두부·생면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각각 175명, 191명, 188명으로 총 554명이다. 이들 중 211명(약 38%)은 음성군에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 약 62%에 해당하는 직원들도 음성 인근 지역인 괴산·증평·충주 등에서 출퇴근한다. 공장 직원들의 초임이 보통 연 30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음성 군민의 연간 급여 소득 중 최소 63억원은 이곳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풀무원 생면 공장 신규 직원 채용은 음성군 취업센터·여성취업센터와 연계해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31명이 해당 모집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상태다.
일자리 창출 외에 풀무원은 음성 지역 관광을 통한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공장 견학을 관광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해 음성 지역을 홍보하면서 음성에서 난 제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풀무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풀무원 두부 팩토리'도 운영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지방소멸위험 진입 단계에 음성군이 해당됐다"며 "적어도 음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겠나. 그게 우리가 음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풀무원이 지역 주민 고용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