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소속 가맹본사들도 배달 플랫폼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과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 플랫폼과 공존할 수 있는 입법적 상생안(案) 모색에 나섰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배달 플랫폼 불공정 이슈와 입법적 해결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세미나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민영빈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정무위 소속 김남근·이강일·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배달 플랫폼 불공정 이슈와 입법적 해결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배달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와 독·과점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을 방지하고 프랜차이즈업계가 배달 플랫폼과 공존할 수 있도록 법적 방향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등 관련 법안의 개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진용 건국대 교수는 “이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편익 비용과 배달 플랫폼이 말하는 파괴적 혁신에 따른 편익 비용을 따져봐야 할 때”라며 “자율 규제라는 틀이 아니라 핀셋 규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단계에 다다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연석회의 가맹거래사 대표도 “가맹본부까지 함께 배달 플랫폼 횡포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감개무량한 일”이라며 “플랫폼의 정보 독점을 투명하게 하는 등 변한 사회·경제에 발맞춘 규제나 합리적인 질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소속 가맹본사들은 지난 6일 비대위를 발족해 공정위에 배달 플랫폼 3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신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점주-배달 플랫폼 등 삼(3)자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 개정 전에 법 적용을 받는 대상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혁용 고려대 박사는 “기존 규제 체제 내에서 법만 개정하는 것보다 현 시대 상황에 맞춰서 관계를 전환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며 “관계 재정립 후에 공정위 조사 여부 및 사전 모니터링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 불공정 행위 중 하나인 중개 수수료율 9.8% 적용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배달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인 쿠팡이츠는 9.8%의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박설민 공정위 플랫폼과장은 “특정 업체의 수수료율을 법적으로 내리도록 하는 건 힘들다”며 “숫자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대타협이 큰 사안인 만큼 상생 협의체와 여론을 통한 환기, 경쟁 사업자들의 출현 등을 통해 수수료율을 낮추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배달 플랫폼 불공정 이슈와 입법적 해결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약 2시간 동안 세미나를 통해 입법적 상생안 방향을 모색했다. /민영빈 기자

한편 공정위는 이날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고자 했던 플랫폼법(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제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 규제를 위해 도입하겠다던 ‘시장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을 포기하고 사후 추정 방식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단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이 법을 위반한 경우 시장 점유율과 이용자 수, 연간 매출액을 따져 시장 지배적 플랫폼인지 여부부터 따질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온라인플랫폼의 경쟁 질서를 보호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은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최혜 대우 등은 대표적인 금지 행위로 규정된다.

특히 금지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벌은 제외하되 과징금을 상향했고,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정당한 이유를 항변·입증하도록 했다. 임시중지명령도 도입해 후발 플랫폼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도입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당 안(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