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2)씨는 최근 번개장터에서 중고 상품을 구매했다가 연달아 판매자로부터 판매 취소를 당했다. 번개장터가 최근 번개페이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판매자에게 거래 수수료를 부과한 탓이다. 이씨는 “결제를 해도 판매자들이 수수료 때문인지 자꾸 취소해서 물건을 살래야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이번 달부터 모든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매기는 안전결제 방식을 의무화했다. 직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에 자사 결제 수단인 번개페이를 반드시 사용하게 한 것이다.

안전결제란 구매자가 실제 물건을 받아볼 때까지 결제금액이 번개장터에 묶이는 거래 방식이다. 구매자가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물건을 받았다는 구매 확정 표시를 해야만 판매자가 대금을 받을 수 있어, 중고거래 사기 피해 방지에 효과적이다.

번개장터 로고. /번개장터 제공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가 택한 안전결제 방식의 단점은 모든 거래에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이다. 수수료는 판매 금액의 3.5%로, 판매자가 이를 부담한다. 기존에는 이 서비스가 선택 사항으로 운영돼 왔으며 중고 물품 구매자가 수수료를 냈다. 이에 이용자들은 사기 위험이 높은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명품 등을 위주로 안전결제를 활용했다. 통상 소액 상품은 대부분 이용자 간 계좌 이체 거래 등이 흔했다.

번개장터가 번개페이를 의무화하자 일부 판매자들이 가입 탈퇴를 하는 등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왔다. 온라인상에는 경쟁사인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를 대신 이용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번개장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구매자들이 결제를 해도 판매자 측에서 연달아 취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수수료 부담을 지느니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안전결제를 시행한 첫날 번개장터에서 수천 명이 탈퇴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 활성 사용자 수도 감소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번개장터의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는 지난 1일 78만9765명에서 지난 4일 67만4085명까지 감소했다. 이후로는 DAU가 70만 명대로 고착됐다.

안전결제 의무화를 위해 앱 내 이용 환경(UX)에서도 직거래·개인 간 거래를 막은 점도 일부 이용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채팅창에서 직거래를 위한 계좌번호나 휴대폰번호, 외부 판매페이지 주소, 계좌, 송금, 이체 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모두 가려져 상대방에게 일절 전송되지 않는다.

번개장터 측은 안전결제 의무화 배경에 대해 “중고거래 사기 수법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번개장터의 이런 실험이 수수료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5년 연속 적자 상태인 번개장터가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경쟁사인 당근이 광고 위주 수익 모델을 세운 것과는 다른 길을 가는 셈이다. 당근은 지역 소상공인 광고를 띄우는 식으로 작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5월엔 자신의 물건을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선별해 주는 타깃 광고를 도입하기도 했다.

2016년에 첫 흑자를 냈던 번개장터는 2019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48억원과 2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꾸준히 늘던 거래 건수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2000만 건을 돌파했지만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수수료 의무화가 정착할 경우 상당한 수익이 예상된다. 번개장터 거래액 규모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단순히 지난해 거래액을 기준으로 수수료 3.5%를 일괄 부여할 경우 875억원 규모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번개장터가 수수료 부담 의무를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에게 지운 것도 이탈 가능성이 더 낮은 쪽을 골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매자는 언제든 다른 플랫폼과 비교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판매자의 경우에는 번개장터가 더 많은 소비자들을 가진 분야에서 판매를 지속하기 위해 수수료를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번개장터는 명품 등 중고 패션 카테고리와 10·20 연령대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이용자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번개장터의 수수료 도입 정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고거래 사기를 막는 안전결제 기능이 실효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번개장터는 거래규모가 줄어도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기존에 없던 수수료를 부과하는 만큼 안전결제와 사기 방지라는 핵심 기능을 확실하게 유지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