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Qoo10)그룹을 이끈 구영배 대표가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셀러)들이 대주주가 되는 형태인데 정작 셀러들은 비판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Qoo10)그룹 대표가 티몬·위메프를 합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KCCW'를 설립했다(왼쪽). KCCW 법인 위치는 기존 큐텐 본사 사무실이 있던 강남N타워 바로 근처로, 도보 2분 거리다. /민영빈 기자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 8일 KCCW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KCCW 본사 사무실은 큐텐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N타워 근처 한 빌딩 2층이다. 도보로 2분 거리다.

KCCW 법인 등기를 살펴보면, 대표이사는 구 대표가 맡았다. 사내이사는 한 명으로, 구 대표와 G마켓 시절부터 함께한 홍현직 큐텐 상무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KCCW의 자본 금액은 9억9999만9990원이다. 주당 발행금액은 100원, 주식수는 999만9999주다. 사업 내용은 ‘전자상거래에 의한 도소매 및 수출입업’으로 큐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지난 9일 구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티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 KCCW 신규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구 대표는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 신탁하고, 큐텐은 티메프의 보유 지분을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아 100% 감자한다고 했다. 특히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셀러들을 KCCW 주주로 참여시키겠다고 발표해 셀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구 대표의 KCCW 설립 소식에 티메프 사태 피해 셀러와 소비자들은 구 대표가 ‘책임지는 척’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큐텐·티메프에 입점한 한 셀러는 “피해 규모가 1조원대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나는 피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여주기식 용도 외에 셀러들과 소비자들에게 진짜 도움되는 게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주주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누가 가겠나”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A씨는 “법인 세울 돈이 있었으면 우리 돈부터 환불해줬어야 한다”며 “책임지는 척만 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서울회생법원에서는 티메프와 채권협의회 구성원, 채권자, 정부·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해 두 번째 회생절차 협의회가 열릴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협의회 참석 희망자 중 재판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지난 20일 위촉된 ‘개시 전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이 직접 티메프의 재산, 영업 상황 및 자구 계획에 관한 진행 과정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구 대표가 이날 협의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 대표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