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측이 13일 소액 채권을 우선 변제하고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는 전액 출자전환 후 무상감자 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펀드나 사모펀드 등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자금 유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선 티메프의 자구안에 대해 소액 채권 변제 이전에 회사 조기 정상화를 통한 근본적 해결이 더 우선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메프에 거액을 투입해 회사를 정상화할 투자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제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 주심 양민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티메프와 채권단 간 첫 협의회를 진행했다.
티메프 측은 이날 크게 4가지 변제안을 내놨다. 미정산 파트너 등 소액 채권자의 채무의 일정금액을 우선적으로 변제해 티몬 4만 명, 위메프 6만 명 등 총 10만 명의 채권 상환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중 채권 금액대가 큰 미정산 판매자에 대해서는 분할 변제하거나 일정 비율을 일시 변제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출자전환하는 형식을 언급했다.
출자전환이란 기업의 부채를 주식과 맞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과 같은 특수관계자 채권단에 대해선 전액을 출자전환한 뒤 무상감자하겠다고 밝혔다. 감자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인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경영 정상화 방안도 제시했다.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하고 결제 주기를 단축하는 등 정산시스템 개편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에스크로 제도는 판매자에게 지급할 판매대금을 플랫폼 회사를 거치지 않고 전자결제대행(PG)사에서 직접 또는 제3자에게 이체 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결제 주기에 대해선 ‘배송완료 후 1일’로 이커머스업계에서 가장 빠른 정산일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티메프의 현재 보유자금 및 비용구조에 비춰 조기 회생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티메프가 자율구조조정안(ARS)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만큼 이날 협의회의 합의안에 따라 앞으로의 회생 절차가 달려있다. 법원은 오는 9월 2일까지 ARS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연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ARS 절차가 완료되려면 앞으로 투자의향서를 접수하고 재무실사, 조건부 투자계약체결, 채권자 동의서 수령 과정 등이 남았다. 자율적 협의가 무산되면 법원은 강제 회생 절차에 돌입하고 이 회사들은 사실상 파산하게 된다.
이날 협의회가 끝나고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ARS 절차 완료를 위한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들이 밝힌 필요 투자 금액 규모는 각사 1000억원 이상으로 2000억원 정도다. 구조조정펀드나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 정상화를 통해 3년 내 재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투자자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고, 빠른 시간 내에 협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소액채권자 변제보다 정상화가 먼저라는 의견이 나왔다. 투자유치 규모에 따라 변제율을 정할 것이고, ARS를 선택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100% 변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투자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각각 -8912억원과 -2961억원으로, 두 기업의 자본잠식 합산규모는 약 -1조1874억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조조정혁신펀드나 사모펀드 등에서 적극적 투자 의사를 가진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잃은 티메프의 회생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가 더 공고해진데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업계 주요 플레이어인 11번가도 현재 매물로 나왔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