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7일부터 유료 멤버십인 쿠팡 와우회원 기존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한다. 앞서 지난 4월엔 신규회원 월회비를 올린 바 있다.

멤버십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회원들의 쿠팡 이탈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쟁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들도 쿠팡 탈퇴자들을 잡기 위해 경쟁에 나섰다.

반면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쿠팡 쏠림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재정 불안 등으로 불안한 상태라 결국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독점 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예측이다.

쿠팡의 앞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쿠팡은 올 2분기 매출 1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은 342억원을 기록하며 8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할 천문학적 과징금(추정 약 1630억원) 탓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습도 여전하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 ‘탈팡(쿠팡+탈퇴)’ 전망은 ?… 티메프 사태, 쿠팡에 기회되나

국내 쿠팡 유료 회원은 현재 1400만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회비 인상 이후 멤버십 해지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쿠팡 측은 가격 인상에도 혜택 증가로 이탈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재 쿠팡 와우 멤버십은 신선식품 무료 새벽배송·당일배송 등 각종 무료 서비스 외에도 회원전용 할인 등을 포함해 10가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한다.

무료 배송·반품·직구·OTT·음식배달 등 5가지 서비스를 모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와우회원은 비(非) 멤버십 회원과 비교해 연평균 97만원(멤버십 월 요금 제외 시 약 87만원) 상당의 비용 절약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쿠팡은 추산한다.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 불안감이 커져 쿠팡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쿠팡은 직매입이 대부분(90%)이라 판매자(셀러)나 소비자들에게 더 신뢰를 받을 수 있어서다. 쿠팡은 셀러들로부터 물건을 먼저 사들여 보관하고 있다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가져다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월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위메프와 비슷한 오픈마켓인 G마켓이나 11번가가 같은 기간 각각 4.7%, 2.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낮지만, 티메프를 이탈한 수요 일부를 흡수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의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은 7%에 불과해 흡수될 소비자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티몬과 위메프 소비자와 쿠팡의 소비자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이 사태로 인한 정산대금 규제 제정 등이 쿠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 업체 중 정산주기가 느린 대표적 기업이다.

초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 이커머스들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1~7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누적 결제금액은 2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결제추정금액인 2조3227억원에 맞먹는다. 이커머스 앱 사용자 순위로 봐도 1위인 쿠팡(3129만명)의 뒤를 토종 이커머스가 아닌 알리(2위, 837만명)와 테무(3위, 823만명)가 잇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 /쿠팡 제공

◇ 쿠팡, 8분기 만에 적자… 공정위 과징금·파페치 실적 등 이슈

멤버십 인상으로 쿠팡은 수익성 증대를 노리고 있지만 앞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이 쿠팡을 주시하고 있고, 작년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 실적 개선 등이 과제다.

쿠팡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이 10조357억원(73억23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익은 342억원 적자다. 공정위 과징금 추정치를 선반영한 영향이다.

공정위는 앞서 쿠팡이 PB(자사 브랜드)제품 등을 우대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제재를 내렸다. 과징금 규모는 약 1630억원으로 추정된다.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는 상장 기업들은 실제 비용이 나가지 않아도 사건이 발생·공표된 시점의 비용을 실적에 먼저 반영하는 발생주의 원칙을 따른다.

지난해 인수한 명품·패션 플랫폼 파페치의 영업손실도 반영됐다. 만약 파페치 영업손실과 공정위 과징금 추정액이 제외됐다면, 이번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약 1억2400만달러(약 1699억원)이 됐을 거라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에 대해 “미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며 “전체 5600억달러 규모의 고도로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매우 작고,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자평했다.

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업체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정산 주기도 대폭 단축될 예정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1위인 쿠팡도 이런 규제 강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G마켓, SSG닷컴, 컬리 등 경쟁 이커머스사들도 쿠팡 이탈족 잡기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G마켓은 이달 말까지 신규가입 회원을 대상으로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80% 이상 인하한 4900원에 선보인다. 가입 즉시 웰컴캐시 5000원과 신규가입 혜택 5000원 등 최대 1만원의 현금성 캐시를 제공한다.

같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SSG닷컴 역시 지난달 15일부터 식료품·생필품 특화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쓱배송 클럽)’을 운영했다. 또 멤버십을 갈아타는 고객에겐 SSG머니 1만5000원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해 쿠팡의 가격인상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컬리도 유료 회원제 컬리멤버스 고객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쿠폰 31장을 매달 지급하며 혜택을 강화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와 쿠팡 멤버십 인상이 겹치면서 업계에선 지금이 새로운 회원을 끌어모을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티메프와 다르게 업체 신뢰도가 높고, 쿠팡과 다르게 저렴하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