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만난 남성민 글로벌소싱·PB팀 팀장은 이 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직소싱이란 국외 생산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제품을 들여오는 것을 뜻한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핵심 사업 전략으로 글로벌 직소싱을 내세웠다. 경쟁사가 해외 출점 등에 집중하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체인이라는 특성상 해외 출점보다는 역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직소싱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수 시장 포화로 경쟁사이자 편의점 업계 1위를 다투는 GS25와 CU가 해외 출점에 집중하는 가운데 만년 3위인 세븐일레븐은 단독 상품을 늘리는 등의 방안으로 모객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저렴한 해외 인기 상품 출시로 여행을 좋아하고 해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1980년~2000년대생)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동구 코리아세븐 본사에서 남성민 글로벌소싱·PB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효정 기자

작년 11월 글로벌소싱팀을 개설해 물꼬를 텄고 올해 5월부터는 아예 글로벌소싱팀에서 수입상을 거치지 않고 직수입하기 위해 전 세계로 MD(상품개발자)와 바이어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렇게 출시한 제품만 3개국 20개 제품에 달한다. 매출 성장세도 빠르다. 글로벌 소싱 상품 매출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홈플러스에서 농산물 수입을 담당하는 등 17년차 유통 전문가인 남 팀장도 이 시기 합류해 직소싱 팀의 키를 잡았다. 일주일에 많게는 3~4개국을 직접 다닌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오늘은 유럽에, 내일은 동남아에 있기도 한다.

그는 “올해 5월부터 세븐일레븐이 해외에 있는 제조사와 직접 연락해서 물류부터 배송까지 직접 다 담당해 통관하고 상품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수입판매원이 아예 코리아세븐이다. 다른 업체들은 직수입이라고 해도 수입사가 끼는데 직소싱 제품들은 중간 마진 단계가 아예 없다”고 했다.

이어 “중간 마진이 없으니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고, 세븐일레븐에서만 팔 수 있는 단독 상품이 늘어난다”며 “편의점은 가까운 순으로 방문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데, 이런 단독 상품 개발로 모객을 늘리고 로열티를 키우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직소싱의 위력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보바티(버블티)를 수입할 때의 일이다. 이 제품을 일본 박람회에서 처음 봤는데 현지에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며 “일본 업체와 수입을 논의하다 보니 원 생산지가 대만인 것을 알게 됐고, 바로 대만 제조사 측에 연락해 결과적으로 처음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에 제품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끈 프랑스 1위 베이커리 파스키에 제품도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단독으로 출시했다. 남 팀장은 “이 제품도 한국에 수입을 시도한 곳이 많았는데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호응이 없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현지 가격의 1.3배 정도 되는 가격에 이를 판매하고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직소싱에서 세븐일레븐이 가진 차별점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GS25와 CU도 해외직소싱을 실시하고 있지만, 해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나 PB상품을 직접적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927년 미국 댈러스에서 태동한 세계 최초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편의점 브랜드다. 현재 세계 20개국에서 8만5000여 점포가 운영 중이다. 하루 이용객만 6000만 명이 넘는다. 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태국·대만·베트남·일본 등 5개국 현지 세븐일레븐 인기상품을 선별해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은 랑그드샤(쿠키) 제품이 대표적이다.

남 팀장은 코리아세븐에서 들여오는 제품을 모회사인 롯데그룹 내 마트나 백화점과 함께 판매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인기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뿐 아니라 파우치 음료 등 한국의 우수한 제품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하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