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저출산에 따른 지역 소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위기 속 지역과 상생하는 유통업체들도 있다. 조선비즈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토종 유통업체들의 현장 및 지자체 현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군 전역하고 마침 프리미엄 아울렛이 생겨 개점 때부터 일하기 시작했어요. 6개 브랜드 매장을 거치며 일한 게 벌써 17년입니다. 지금은 여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지만, 프리미엄 아울렛이 아니었다면 고향인 여주를 떠나야 했을 거예요.”

지난 1일 신세계사이먼이 경기 여주에 운영하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만난 이기호 매니저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여주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동네 친구들도 여럿 일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신세계그룹과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현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이 합작해 세운 신세계사이먼이 선보인 국내 첫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2007년 당시 약 1000억원을 들여 조성됐으나, 2015년 757억원을 추가로 들여 확장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조성 당시부터 1000여 명의 간접 고용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가 쏠렸다. 아울렛은 지속 확장해 현재는 각 입점 브랜드에 1400명의 상시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아울렛 근무자 가운데 90%가량이 여주 시민이고, 매장 직원들의 초임이 보통 연 30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여주시민의 연간 급여 소득 중 최소 380억원이 이곳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 2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직원 식당에서 입주사 임직원들이 식사하고 있다. /신세계사이먼 제공.

◇ 올해 매출 8000억원 돌파 전망... 아울렛 최초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확장을 거듭하며 성업 중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7710억원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CAGR)은 8%로, 올해 매출은 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올해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면, 국내 아울렛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2020년에도 아울렛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6000억원을, 2021년에는 7000억원을 돌파했다.

방문객 수도 확장 직후인 2016년에는 연 800만 명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연간 1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생 사업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여주시와 손잡고 시행한 ‘상생 바우처’ 사업이 있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30만·100만·200만원 이상 구매 시 1만·3만·5만원의 상생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으로, 전통시장인 한글·세종시장을 비롯한 여주 원도심 상점가의 매장 100여 곳에서 쓰도록 하고 있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운영사인 신세계사이먼이 예산을 대고, 여주시가 가맹 매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해당 사업은 올해까지 약 3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현재까지 누적 발행된 바우처 금액은 1억2000만원 수준이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매장 곳곳에 해당 사업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고,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도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사 앱에 여주 시내 주변 관광지 및 혜택 등도 안내 중이다.

지난 1일 경기 여주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에 여주 상생 바우처 증정 행사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양범수 기자

◇ 지역 농산물 및 소상공인 판로 확대 기여

또 아울렛 내에서 지역 농산물 마켓을 운영하고, 사회적경제기업 나눔 장터 등도 개최하며 지역 내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여주도자기축제나 오곡나루축제 등 지역 문화 행사에도 정기적으로 지원한다.

프리미엄 아울렛 맞은 편에 있는 375아울렛에 대한 상생 사업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지역 공헌 사업 가운데 하나다. 프리미엄 아울렛과는 달리 각 개별 사업자들이 한데 모여 운영하던 375아울렛은 2015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확장하면서 매장 대부분이 공실 상태가 됐다. 그러다 지난해 신세계사이먼이 375 아울렛을 여주 프리미엄 빌리지로 리뉴얼(재단장)했다.

신세계사이먼의 MD(상품기획자)들이 375아울렛에 입점할 브랜드 등을 연결해 주고, 아울렛 외관 리뉴얼 방안을 마련해 현재의 운영지원형 상생 쇼핑센터가 됐다. 현재는 아크테릭스·올리브영·골프존 등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에는 없는 브랜드가 여럿 입점하면서 리뉴얼에 참여한 점포 가운데 약 90%가 영업을 하고 있다.

서찬우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점장은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수도권을 넘어 국내 각지에서 고객이 몰리는 전국구 매장으로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주시가 쇼핑을 비롯한 문화 관광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여주시청 관계자는 “여주에는 KCC와 코카콜라 등을 제외하고는 수백 명 단위 상시근로자를 유지하는 사업장도 거의 없다. 신세계 아울렛은 큰 일자리 창출 사업장”이라면서 “지자체 밖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원도심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상생 사업으로 한글시장 등 지역 전통시장 살리기에도 함께 힘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여주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여주점에서 열린 여주시 농특산물 판매장의 모습. /양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