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큐텐그룹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할 조짐이다. 직원들은 무책임한 경영진의 태도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 직원들은 지난달 30일 열린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영진들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에 대해 ‘알면서 모른 척한다’ ‘쇼하고 있다’ ‘가증스럽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 내부에서는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금과 소비자 대상 환불금을 총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구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피해 규모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큐텐그룹 전현직 직원들의 의견을 조합하면 큐텐그룹의 모든 의사 결정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독단적으로 이뤄졌다. 구 대표를 비롯한 소수 임원을 중심으로 탑다운(Top-down·하향) 방식으로 관리됐기에, 대부분의 직원은 이번 사태를 당일에야 인지했다.

한 큐텐 관계사 직원은 “구 대표는 처음 보는 직원들에게도 반말을 할 정도로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다. 지시한 내용에 대한 말 바꿈도 잦아 직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면서 “젊은 나이에 성공을 맛봐서 그런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대표의 무리한 경영 방식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했다.

계열사 대표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다른 티몬 직원은 류광진 대표에 대해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지적이고 자상한 리더 이미지였는데, 정무위에서 모르쇠를 시전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알던 대표가 맞나 했다”면서 “회사가 살아날지 희망을 잃었다”라고 했다.

앞서 회사를 떠난 경영진도 비판의 대상이다. 사태 발생 전후로 재무본부장, 제휴사업본부장, 가전본부장 등이 사임했는데, 직원들은 이들이 책임지고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티몬은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늘 10일로 급여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현 상황이라면 임금 체불이 이뤄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위메프는 말일에 지급되는 월 급여를 지난달 25일에 당겨서 지급했고, 현재 퇴사 신청자를 받고 있다. 회사는 퇴사자들을 권고사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티몬 직원은 “회사 상황을 뉴스로 접하고 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방치된 상태”라며 “차라리 해고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 다른 위메프 직원 “(회사의) 재무재표가 좋은 적이 없었기에 이 정도일 거라 생각 못 했다”면서 “미리 알았으면 퇴사했을 거다. 지금 남아있는 직원들은 월급도, 퇴직금도 기약이 없다”라고 했다.

‘직원들도 책임자다’라는 여론에 괴로워하는 이도 있었다. 한 티몬 직원은 “회사가 정산 지급을 미루는 걸 감춰서 우리도 티몬에서 구매하고 환불을 못 받았다”면서 “현재로선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티몬 출신이라고 하면 업계에서 받아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직원들의 줄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큐텐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서도 판매 대금 지연이 발생한 만큼, 업계는 집단 퇴사가 그룹사 전체로 번질 걸로 보고 있다.

한편, 직원들의 집단 퇴사가 확산하자 전날 저녁 구 대표는 앞세워 티몬과 위메프의 실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구 대표는 직원들에게 “나를 믿고 따라 달라. 위메프와 티몬은 합병해 조직을 합치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인 회생 계획이나 자금 조달 등에 대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직원은 이후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