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초 큐텐·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셀러(판매자)들의 민원 신청 접수 사실을 묵과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공정위는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소비자·셀러 피해 최소화’ 메시지가 나오자,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비자·셀러 등 피해 구제 방안을 검토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26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왼쪽). 입점 셀러 A씨가 지난 8일에 접수한 큐텐·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관련 민원 신청.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독자 제공 갈무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이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큐텐·티몬·위메프 등에 입점한 국내 셀러들이 공정위에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관련 신고·접수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대한 공정위 본부 및 지방공정거래사무소(서울·부산·공주·대전·대구) 5개소에 접수된 건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큐텐·위메프 등에 입점한 셀러 A씨는 지난 8일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접수했다. 이날은 큐텐·위메프 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때다. 당시 A씨는 다른 셀러들과 의견을 모아 공정위에 ‘큐텐의 비정상적인 기업 운영’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신청했다. A씨는 공정거래법상 모회사인 큐텐의 비정상적인 기업 운영에 따른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큐텐이 부도나면 셀러 정산 대금을 보호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는 내용을 민원 신청란에 적었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A씨의 민원 신청에 답변을 전했다. 해당 답변에는 “현재 피 민원인(큐텐 및 티몬·위메프 등 계열사)은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바, 부도를 전제로 한 귀하의 민원 내용만으로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내에서 통용되는 운영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설정·시행하는가는 원칙적으로 사업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원들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별관 사무실을 방문해 현장 점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대금 환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섰다. /뉴스1

공정위는 바로 다음 날인 18일 위메프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A씨가 제기했던 셀러 대금 지연 정산 관련 조사가 아닌, 전자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 신고 의무 위반 관련 조사였다.

이후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다른 계열사 티몬으로까지 일파만파 퍼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소비자·셀러의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공식 주문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4일 피해자 구제 방법 검토에 돌입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해당 사안을 두고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법을 사건에 적용)하는 건 어렵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반나절 만에 태도가 바뀐 셈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핵심 역할은 소비자 보호에 있기 때문에 입점업체 또는 플랫폼 간 문제는 관여할 수 없다”며 “시간 순서상 대통령실 주문 이후에 공정위가 움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정위는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 피해 관련 보호 대책을 강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티몬·위메프 셀러 정산 지연 사태 수습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정부의 이번 사태 수습이 늦어진 이유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적된 만큼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에 앞서 국민인 셀러들이 먼저 불편함을 호소한 상황임에도, 공정위가 그동안 안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에서도 이 사태와 관련해 피해 확산 방지를 지시했다. 그만큼 공정위도 소극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환불 지연·미정산금 지급 등 소비자 피해 예방과 셀러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