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내버리는 게 어딨나. 당장 대표 나오라고 해!”

26일 오후 3시 55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티몬 사옥 앞. 건물에서 문을 열고 나온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을 향한 피해자들의 고성이 오갔다. 더 이상 현장 환불 신청을 받을 수 없다며 오후 4시를 기준으로 현장 환불 신청을 종료하겠다고 한 그의 말에 피해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삿대질과 욕설도 난무했다.

권 본부장은 이날 오후 3시 25분쯤 본사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피해자 수백 명을 향해 “환불해 드릴 수 있는 자금이 2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환불 번호표 1000번 정도만 환불이 가능하다”며 “더 이상은 현장에서 환불 신청을 받기 어렵다. 자금 유통이 가능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티몬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티몬의 현장 방문 접수는 3000명을 돌파했다.

티몬은 이날 새벽 2시부터 현장에서 환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오전 0시 40분쯤 모습을 보인 권 본부장은 “위메프의 대응보다 많이 지연돼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 자금 마련을 위해 큐텐그룹사를 통한 펀딩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티몬은 30억원 규모의 환불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티몬 본사로 모여든 피해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수기로 대기번호 명단을 작성했다. 티몬 측이 온라인으로 대기번호를 접수해도 된다고 안내했지만, 불안한 피해자들은 수기로 대기번호 명단을 작성한 채 건물 복도나 계단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700번대 번호표를 받은 피해자 A씨는 “돈을 줄 때까지 지하에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뒷사람들이 왜 안 움직이냐고 했을 때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받긴 했다”고 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현장에서 환불을 요구했던 30대 직장인 최씨는 “전날 오후 반차와 오늘 연차를 내고 현장에 와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다”며 “4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을 결제했는데, 취소가 아예 안 되더라. 티몬이 언제까지 있을지(영업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오늘(26일) 반드시 환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라고 했다.

26일 오후 3시 55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티몬 사옥 앞. 우산을 쓴 피해자들이 환불 신청 현장 접수를 위해 서 있다. /민영빈 기자

폭염 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많은 인파가 좁은 장소에 몰려들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소방과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1500여 명이 건물 안팎에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현장의 분위기가 격앙되며 피해자 2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피해자 2명은 어지럼증을 호소해 긴급 구급 조치를 받기도 했다.

특히 권 본부장의 ‘현장 환불 신청 중단’ 발표에 많은 인파들이 몰렸던 티몬 본사 일대는 1시간 넘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폭염 특보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사람들은 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귀가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현장 지원을 나온 소방과 경찰 측도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 사이렌을 울리거나 일부 인파들을 해산 조치했다.

60대 김모씨는 “더 기다려봤자 환불해 줄 게 없다는 말에 맥이 탁 풀렸다”며 “가족들과 다 같이 교대하면서 환불받으려고 대기했는데, 소득이 없어서 안타깝다. 30억원이 그렇게 홀랑 다 없어질 규모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세영(29)씨는 “싼 게 제일이라는 생각에 상품권만 300만원 선결제했다”며 “제 번호가 1400번대인데, 그때까지 올 것 같지 않다. 정말 살기 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