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공급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배달 플랫폼 등 유통업계가 기록적 폭우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배송기사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기사들의 안전과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한 기상 상황 점검(모니터링) 매뉴얼을 가동하고 있다.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 16일 오후 서울의 한 중구 충무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처마 아래에서 장대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과 강원내륙과 산지, 충청권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중부지방은 이날 오후까지 시간당 30~60㎜, 남부지방은 20~3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배송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운송사를 통해 배송기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은 자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일부 지역 기상악화로 ‘오늘 드림’ 서비스 이용에 제한·배송 지연 및 자동 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드림은 올리브영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3시간 이내로 배송이 완료되는 서비스다. 주로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배송이 진행되는 서비스인 오늘 드림은 현재 일부 지점에서 중단된 상태다. 호우 경보 등이 발효되면 배달대행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배송기사(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서비스를 중단한다.

쿠팡과 쿠팡이츠는 기상 상황을 점검(모니터링)해 배송기사와 배달 파트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안전 운전 알림’을 보내는 중이다. 특히 침수나 도로 통제 등으로 배달이 불가한 일부 지역에서는 우회적으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하고, 배송 지연이 발생할 경우엔 고객에게 사전 안내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도 특정 지역의 기상 상황이 크게 악화할 경우 라이더 안전을 위해 배민1·B마트 서비스 범위를 축소·운영 중이다. 현재 배민 앱(애플리케이션)에는 ‘기상악화로 배달이 늦어질 수 있어요’라는 공지 배너가 올라와 있다. 또 배달 주문 시 우천으로 조정된 예상 배달 시간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라이더에게는 주문 가능 거리를 제한하는 등 안전을 위한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있다.

/쿠팡 제공

컬리도 폭우·폭설 매뉴얼에 따라 운영 중이다. 기상 악화에 따라 즉각적인 교통 상황을 파악한 후 각 배송 거점(TC)에 실시간으로 우회 배송 혹은 배송 중단 등의 안내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특히 취약 지역의 경우, 무리한 진입을 자제하고 배송 순서를 조정해 우회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배송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배송 중단 비상조치를 직접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기상 악화에 따라 배송기사들에게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안전 가이드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배송 시스템 관련 안전 가이드를 통한 배송 기사 안전과 고객 배송 지연 안내를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폭우 시 배송기사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운송사를 통해 ‘안전 운전’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송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 사전 안내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최근 일일 배송기사가 사망한 것에 대해 “폭우 중에도 배송을 강행하도록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기상 악화 시 배송기사 안전을 위한 배송 중단 매뉴얼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택배 기사 박상호씨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개최된 기후위기비상행동 기자회견에서 “기록적인 폭우에도 쿠팡은 배송을 중단시키지 않았고, 업무 배송을 중단할 권리인 작업 중지권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경북 경산에서 40대 여성이 쿠팡 일일 배송기사인 ‘카플렉스’ 근무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