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을 보름여 앞두고 탈쿠팡족을 겨냥한 경쟁사들의 멤버십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 4월 신규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월정액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기존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상 요금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은 이보다 낮은 월 회비와 무료배송 등의 혜택을 앞세워 환승족 잡기에 나섰다.
◇식료품 특화 멤버십 출시한 ‘쓱’... 무료배송 내놓은 ‘컬리’
15일 신세계(004170)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그로서리(식료품) 특화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내놨다.
그룹사 유료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달리 식료품과 생필품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해, 쓱배송(당일배송)과 새벽 배송 상품에 적용되는 무료배송 쿠폰과 8% 할인 쿠폰을 각각 3장씩 매달 지급한다.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멤버십의 그룹사 할인 혜택 및 백화점 상품 무료 반품, 멤버십 전용 딜 구매 혜택도 동일하게 제공한다.
연회비는 3만원이지만, 출시를 기념해 기한을 두지 않고 1만원으로 인하했다. 회사 측은 쓱배송·새벽 배송 주문에 사용하는 장보기 지원금 1만5000원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체감하는 실질 구독료는 0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마켓도 이달 1일부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혜택을 강화했다. 최대 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12% 할인 쿠폰을 15% 할인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쿠폰 사용을 위한 최소 구매 금액 조건(1만5000원)을 없애 100원짜리 물건을 구매해도 할인 쿠폰을 적용할 수 있다.
컬리는 이달부터 유료 멤버십’컬리멤버스’(월 정액료 1900원) 고객에게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쿠폰 발행과 적립 등을 포함하면 월 9만3000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고 회사는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달 26일부터 유료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혜택으로 요기요 무료 배달 혜택을 추가했다. 네이버 플러스 가입자라면, 추가로 지불하지 않아도 요기패스X의 모든 가맹점에서 무료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쿠팡의 ‘집토끼 사수’, 이번에도 가능할까
쿠팡도 ‘집토끼 사수’에 나섰다. 올해 총 5조5000억 원을 투자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무료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서비스 등이 포함된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도 전년 대비 1조원 늘릴 방침이다.
업계는 쿠팡의 멤버십 요금 인상이 초래할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과거 가격 인상 시기에도 고객 이탈율이 적었고,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 효과가 OTT(쿠팡플레이), 로켓배송, 외식 무료 배달 서비스(쿠팡이츠) 등 다양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1분기 유효활성화 고객 수가 전년 대비 16% 증가한 만큼 이들 고객이 멤버십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 이탈보다는 가격 인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회비 인상을 발표한 지난 4월 12일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의 주가는 2년여 만에 20달러 선을 회복한 후 현재까지 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작년 말 기준 1400만 명으로, 탈퇴자가 없다고 가정할 시 쿠팡은 8월부터 월 약 400억원, 연 4800억원의 이익 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6174억원)의 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58%’라는 파격적인 인상률에 일부 회원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OTT와 음식 배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순수 장보기족들의 환승이 잇따를 거란 관측이다.
한 쿠팡 이용자는 “쿠팡으로 쇼핑만 하기 때문에 8000원에 가까운 정액료가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요즘엔 타 플랫폼도 무료배송 기준이 낮아져서 7월 말 쿠팡을 탈퇴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경쟁사들은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식료품 시장을 조준한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식품 침투율은 23%로,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쿠팡이 온라인 시장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추정된다”면서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장보기족들의 이탈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관련 멤버십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