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따뜻한 물속에서 숨 쉬는 것처럼 덥고 습하다. 땀도 많이 흘려서 찝찝하고 아무리 머리를 감고 나와도 밖에만 나오면 엉겨 붙으니까 남자 친구랑 데이트할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지난 1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올리브영 매장. 대학생 김진영(22)씨는 테스트용 쿨링 드라이 샴푸와 스프레이를 직접 써보면서 “앞으로 3주는 비가 계속 올 텐데, 올 때마다 엉겨 붙은 머리로 다닐 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날 9900원짜리 쿨링·노세범 샴푸 스프레이 2개를 구매했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 마련된 여름철 맞이 쿨링 제품들을 모아놓은 코너. 매장 곳곳에는 쿨링·노세범 드라이 샴푸를 포함해 데오드란트 등 장마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상쾌함을 주는 제품들이 비치돼 있었다. /민영빈 기자

무더위와 장마가 지속되면서 쿨링 샴푸와 노세범, 데오드란트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쿨링 샴푸는 두피의 열감을 식히고 땀과 습함으로 불쾌한 두피를 산뜻하게 한다. 거품형부터 드라이 샴푸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있다. 노세범은 영문 ‘No sebum(피지가 없다는 뜻)’에서 따온 말로, 땀을 흘리기 쉬운 더운 여름 보송한 피부를 유지하도록 한 파우더 제품이다.

올해 장맛비는 지난달 19일 제주에서 처음 내렸고,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각각 지난달 22일과 29일부터 장마철에 들어섰다. 기상청은 앞으로 2주가량 고온다습한 장마철이 이어질 거라고 예보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선 장마철 직후 쿨링·노세범 제품 매출이 증가했다. 라보에이치 두피 쿨링·노세범 샴푸의 6~7월 매출은 다른 달 평균 대비 46% 올랐고, 헤라 UV 프로텍터 액팁 선 밤의 6~7월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헤라 UV 프로텍터 톤업의 매출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1% 신장했고, 헤라 UV 프로텍터 멀티디펜스 프레쉬의 매출도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의 대표적인 쿨링 제품인 ‘선퀴드’의 지난달 매출도 전(全) 제품의 평균 매출보다 약 4배 늘었다. 올해 2월 출시한 선퀴드는 즉각적인 쿨링 효과로 피부 온도를 최대 6도 낮추는 게 특징이다. CJ올리브영은 피부에 바르는 선 제품의 쿨링 기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달 선 제품 매출 신장률은 선패치 165%, 선스프레이 32%, 선스틱 19% 등으로 나타났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꿉꿉하고 불쾌한 냄새를 없앨 수 있는 데오드란트도 인기가 많다”며 “최근에는 무더위·장마 등 상황·시기별 고객 맞춤형으로 스프레이형 외에도 시트나 바르는 젤 등 다양한 제형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뷰티 플랫폼 뷰티컬리에선 장마철 직후 쿨링 제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대비 2배 증가했다. 쿨링 마스크·패드 등이 대표적이었다. 노세범 제품 판매량도 전년 대비 같은 기간 약 3배 늘었다. 특히 쿨링·노세범 드라이 샴푸 판매량은 장마철 직전 판매량보다 2.7배 증가했다.

최근 화장품 판매처로 부상한 다이소에서도 파우더 팩트(노세범)의 6~7월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났다. 데오드란트도 같은 기간 48% 증가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다이소 매장 관계자는 “앞머리가 있는 중·고등학생들은 ‘노세범’이라고 하는 파우더팩트를 요즘 가장 많이 찾는다. 학생 10명 중 7명 정도가 산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앞으로 2주가량 장마가 이어질 만큼 관련 제품의 재고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장마철이 끝나더라도 8월 무더위에 쿨링·노세범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아직 재고상 차질은 없었지만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로 요즘은 초가을까지도 무더운 경우가 많다. 아마 그때까지도 쿨링·노세범 제품을 많이 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