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과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30) 상무가 신사업 키를 잡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

삼양식품을 매출 1조 기업으로 키운 역작 불닭을 넘어 바이오와 헬스케어까지 아우르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그 길이 탄탄대로일지는 미지수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삼양식품 제공

8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또는 8월 중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식물성 냉동 스낵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콩 기반 식물성 단백질 ‘잭앤펄스’ 브랜드 제품이다. 불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 3세 전병우 상무 주도로 건강간편식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주사 사명도 삼양내츄럴스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불닭 인기에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1994년생의 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졸업 후 25세인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했다. 2022년 7월엔 K푸드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삼양애니 대표직을 맡았다.

이에 앞서 매끄러운 후계 작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단행됐다. 삼양식품 지주사인 당시 삼양내츄럴스는 전병우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개인회사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했다. 전 상무 그룹 지배력이 높아진 것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현재 어머니 김정수 부회장이 3만5450주(32.0%)로 최대 주주다. 아들 전병우 상무는 2만6682주(24.2%)로 2대 주주다. 이어 아버지 전인장 전 회장이 1만7650주(15.9%)로 뒤를 잇는다.

지난해 9월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비춘 그는 “우리 업의 본질은 여전히 라면이고 라면이야말로 과학기술, 문화예술 융합의 산물”이라며 “60년 전 존재하지 않았던 라면처럼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후인 10월 상무로 승진했다. 임원 승진 첫 해 그의 나이는 불과 29세. 경쟁사인 농심이나 오뚜기와 비교해도 승계 작업의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전 상무는 그룹 전략총괄과 함께 신사업본부장을 겸직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우선 그룹 R&D 조직인 삼양스퀘어랩에 노화연구센터, 디지털헬스연구센터 등을 신설했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헬스케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를 위한 투자다. 올해 잭앤펄스 등 건강기능식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다만 경영능력 입증 시험대에 선 전 상무에게 뚜렷한 단기 성과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설립 과정을 주도했던 삼양애니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양애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15억원)보다 2배 이상 성장한 39억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손실 6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전 상무는 지난 4월 돌연 대표직을 내려놨다.

불닭 인기로 해외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매출이 정체세라 비중이 적다는 점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양식품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불닭을 넘어서는 새로운 히트작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전 상무가 개발을 주도한 지난해 8월 출시된 매운 국물 라면 맵탱도 큰 파급력은 없었다는 평가다. 농심 신라면 레드, 오뚜기 마열라면, 팔도 틈새라면 등 경쟁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이 막강한 탓이다.

맵탱은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했지만, 4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1600만 개를 기록했다. 출시 초기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 정도로 힘이 떨어졌다.

고(故) 전중윤 창업주는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으로 라면의 시초를 열었다. 오너 2세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은 불닭을 통해 삼양식품을 매출 1조원을 웃도는 대형 식품사로 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