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되자 편의점 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음식점업·편의점업·택시운송업 등 위기 업종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무산되자, 점주들 사이에선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1.4%만 인상되어도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는다.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올해보다 26.7% 많은 1만2500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점주는 3일 조선비즈에 “주휴수당(週休手當)을 포함하면 실제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하는 시급은 이미 1만원이 넘어섰다”면서 “정산금에서 월세, 전기세, 인건비 등을 빼면 내가 가져가는 돈은 최저시급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주휴수당이란 근로자가 유급 주휴일에 받는 돈으로, 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더 줘야 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에 따르면 현재 시급 9860원인 인건비에 실질적인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등을 포함하면 점주가 시간당 부담하는 인건비는 약 1만2800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부 편의점들은 주휴수당을 피하고자 ‘쪼개기 알바’를 고용하거나 최저임금 밑으로 시급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은 한식, 치킨과 함께 ‘3대 프랜차이즈(가맹점)’ 업종으로 불린다. 이들 세 업종이 전체 가맹점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중 편의점 가맹점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4만1394개였던 편의점 가맹점 수는 2022년 5만3815개로 3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경영주의 운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가맹점 점포당 매출액은 2019년 56억400만원 수준에서 2022년 49억9500만원으로 11%가량 감소했다. 전체 편의점 숫자는 커지고 있지만 점주의 몫은 줄었다는 의미다.
이에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알바생 대신 점주나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늘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4.7명이었던 편의점 가맹점당 종사자 수는 2022년 3.7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에서 9160원으로 9.7% 올랐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매출은 주는데 고정비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에어컨을 켰더니 전기세가 전달보다 20%가 더 나왔다”면서 “주 5일 하루 12시간 근무하는데 가져가는 돈은 250만원 수준이다. 최저시급도 못 벌고 있어 가맹 계약이 끝나면 편의점 운영을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 운영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편의점의 개점률보다 폐점률이 더 커지는 추세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 발표’에 따르면 편의점의 개점률은 2021년 12.6%, 2022년 13.2%로 1.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폐점률은 2021년 6.3%, 2022년 7.9%로 1.6%포인트 높아졌다. 개점도 늘지만 폐점은 더 느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심야(새벽1시~6시) 영업을 중단하거나 무인점포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점주도 늘고 있다. 한 점주는 “본부에서는 24시간 운영을 밀어붙이지만, 본부 임차는 야간 영업 정산금이 알바 비용만도 못해 알바를 안 쓰고 지원금 덜 받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점포는 늘어나는 추세다. GS25의 경우 지난해 심야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는 3688곳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CU는 16%, 세븐일레븐은 전체 점포의 약 19%가 심야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고정비가 올라가면 편의점뿐 아니라 모든 자영업자가 힘들 수 밖에 없다”면서 “소점포나 영세사업자들에게 한정해서라도 주휴수당을 면제해 주는 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주휴수당을 시행하는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 스페인, 아일랜드,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태국, 대만 등이다.
한편, 오는 4일 열릴 예정이던 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앞서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 행위’에 반발한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