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음식 배달앱 업계에 대해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배달앱에 내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진 탓이다.

배달앱 업계에서는 ‘중복 규제’를 우려한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규제와 상생안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재차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더 강한 상생안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플랫폼 업체 등 로고가 오토바이에 설치한 배달통에 적혀 있다. /연합뉴스·뉴스1 갈무리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대통령실·국민의힘은 전날 고위 협의회에서 배달앱 상생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플랫폼사업자·외식업계 등이 협력해 상생안을 구성하고, 영세음식점 대상 배달비 지원도 검토하라는 것이다. 배달플랫폼 업계는 정부가 마련한 배달앱 상생안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정부와 소상공인 등 합의체가 함께 할 상생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이츠·요기요 등 다른 플랫폼 업체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다만 공정위·과기부·농식품부 등 여러 부처의 규제 및 상생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여당과 대통령실까지 추가 상생안 마련을 요구하는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구난방식 상생안 추진은 기준과 잣대에 혼란만 가중한다. 함께 잘 살기 위해 마련하는 방안이라면 여러 목소리를 한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제는 배달앱 없는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업계의 지속성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 필요한 때”라면서도 “복수의 부처를 통한 상생안 압박은 업계 간 협업이나 합의에 부정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상생안 마련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상공인·자영업자 등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 배달앱 상생안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공정한 배달플랫폼을 위한 전국사장님 모임(이하 공사모)은 자체적으로 네 가지 배달앱 상생안을 마련했다. 공사모가 제안한 상생안에는 ▲자사 우대·최혜 대우 요구 금지 및 불공정 약관 개선 ▲수수료 임의 표기 제도 도입(영수증에 수수료 표기 의무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달 독점 방지와 배달 단가의 정상화 ▲공정위 산하 플랫폼 전문 감시기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국 최대 규모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이와 관련, “우리 스스로 우리 시장을 만들자”, “행동으로 배달업계를 바꿀 때가 왔다”, “더 이상 배달앱에 끌려다닐 순 없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임현식(56)씨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가 있어야 배달앱도 살 수 있다”며 “더 이상 보여주기식 규제와 상생은 의미가 없다. 이번에 정부가 하겠다고 칼을 뽑았다면 협상 테이블을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공사모를 만든 자영업자 김영명(36)씨도 “무작정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게 아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소득 수준에 맞춰 정률형 수수료를 제한해달라는 것”이라며 “배달앱 상생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주려면 단순히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인 배달앱 독·과점에 의한 불공정한 경쟁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