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38) 롯데지주 전무가 지난 26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의 개막이라는 평가다. 이를 증명하듯 신 전무는 최근 연이어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의 미래 먹을거리인 배터리 사업뿐 아니라 본업인 유통까지 아우르며 후계자 위치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한일 롯데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 신 전무의 차기 행보가 주목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신 전무는 지난해 말 롯데지주 전무로 승진했고 올 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는 등 국내 롯데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면서 미래 신사업 발굴이란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올해는 롯데지주 보통주 약 1억9500만원(0.01%) 어치를 매입하며 처음으로 한국 롯데그룹 상장사의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올해 신 전무의 병역 의무가 사라지면서 조만간 한국 국적 취득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후 그는 그룹 주업인 유통과 미래 먹을거리 양쪽을 어우르는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롯데호텔의 L7 시카고 개관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독일로 넘어가 20일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참석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부스를 방문했다.
롯데그룹은 화학 사업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돌파구로 2차전지 소재사업을 낙점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신 전무가 참석한 L7시카고 개관 행사는 북미 최초 L7 개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L7 시카고는 롯데뉴욕팰리스,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괌에 이은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네 번째 미국 체인이다. 특히 롯데호텔이 동부 뉴욕과 서부 시애틀에 5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L7 시카고 개관으로 미 대륙을 횡단하는 호텔 벨트를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롯데그룹 VCM(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고 아버지 신동빈 회장과 함께 지난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총괄회장 방한 행사,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 등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신 전무는 롯데그룹에서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찌감치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신 전무를 수장으로 삼아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신 전무는 화학·호텔 등 그룹의 주업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며 강도 높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롯데홀딩스 이사에 선임된 신 전무의 첫 행보가 내달 3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바이오 플랜트 1공장 착공식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번 착공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함께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산업은 롯데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있는 만큼 향후 이 사업이 롯데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승부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지분 문제 해결은 과제로 남는다. 신 전무는 한·일 롯데 주요 회사의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지분 확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월 말 기준 호텔롯데 지분은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제외하고 일본 L투자회사 7곳이 46.13%를 보유하고 있다. 이 투자회사의 지분 100%는 신 전무가 대표로 있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가 갖고 있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신 전무가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지주의 지분 11.10%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캐피탈 등의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다. 다만 롯데지주 측은 호텔롯데가 상장해 구주매출이 이뤄지면, LSI의 한국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