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폭우 예고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과일·채소 등 농산물과 신선식품 수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보다 이른 추석 연휴(9월 16~18일)로 여름철 작황이 추석 성수품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한 마트에 진열된 과일(왼쪽)과 채소 코너.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 /연합뉴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업체를 통한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구매가 늘고 있다.

SSG닷컴의 올해 1~5월 국산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채소 매출도 11% 늘었다. 컬리도 같은 기간 판매한 신선식품(과일·채소) 매출액이 12%가량 늘었다. 또 다른 이커머스인 티몬에서는 올해 1분기(1~3월) 거래액 기준 과일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고, 채소는 25%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기상청의 폭염·폭우 예보에 따라 수급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기상청 기후 예측 모델(GloSea6 앙상블)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릴 확률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평년 6~8월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은 91~94%였다. 7~8월 장마철에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도 80%로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과일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과수도 물을 많이 흡수해 달지 않거나 크기도 작아 판매가 어렵게 된다”며 “폭염까지 더해지면 과일이 강한 햇볕에 탄다. 채소도 무르거나 시들어 팔 수 없는 탓에 수급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추석 연휴가 평년보다 이른 9월 중순인 만큼, 장마 이후 작황에 따라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이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쿠팡은 2021년 2월 최초 도입한 ‘산지 직송 물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산지에서 갓 수확한 과일을 24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이다. 최소 7시간 이내로 배송이 이뤄지도록 할 뿐 아니라 냉매제를 추가하는 등 신선도를 강화한다. 쿠팡은 수급 및 품질에 차질이 없도록 산지와 지속적인 협의·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컬리는 유통 전 과정에서 실온 노출 없이 상품을 적정 온도로 운반·보관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 체인(Full cold chain)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상온·냉장·냉동 등 적정 온도별로 상품을 보관하고 온도별로 분리 포장한다. 상온 상품은 ▲실온 ▲냉장 상품 4℃ ▲냉동 상품 -18℃ 이하로 유지 관리한다. 상품을 배송하는 냉장 탑차는 4℃ 이하를 유지한다. 컬리 관계자는 “1년을 7절기로 나눠 상품 포장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여름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온도를 기준으로 해 냉매의 수량과 증량 가이드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SSG닷컴은 단기 저장품인 당근이나 배추, 과채류 등의 저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폭염이 예상되는 8월 중순부터 9월에 과일·채소 수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한 상태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주 바이어(구매자)들이 산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아직은 작황도 양호한 편이고 당도도 좋은 상태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장마철 이후 작황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이후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