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대강 대치가 장외공방전(戰)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쿠팡은 공정위의 1400억원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결정이 부당하다고 공개 반박했다. 쿠팡은 이어 ‘전 국민 100% 무료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투자와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한국 투자 중단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기공식을 무기한 연기한 만큼, 로켓배송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서비스 중단 시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관건이다.

그래픽=손민균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20일 개최 예정이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부산 첨단물류센터는 쿠팡의 중장기 물류투자 확대 계획에 따라 추진되던 것이다. 쿠팡 측은 업계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황에서 ‘축포’를 쏘면서 기공식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기공식을 취소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도 정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첨단물류센터는 쿠팡이 부지 매입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았고, 지난달 착공 신고까지 끝냈다. 이는 2021년 쿠팡이 부산시와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른 것이다. 쿠팡은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5만7000㎡ 부지에 남부권 거점 스마트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총 2200억원을 투자하고 30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공식만 취소됐을 뿐, 아직 투자 철회 등의 결정은 전해진 바 없다”고 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기공식 취소 및 무기한 연기 소식에 경기 이천과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등에 들어설 물류센터 착공 일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쿠팡은 지난 3월 오는 2027년까지 전 국민이 무료 로켓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총 3조원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다. 쿠팡은 올해 착공 계획이었던 이천·김천·제천 물류센터 착공 일정도 무기한 보류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어떻게 되느냐를 지켜보겠다는 쿠팡의 시그널”이라며 “‘제재 리스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할 순 없다는 고민 끝에 일단 전부 멈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구체적인 시정명령 내용에 따라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 사업 중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통상 예고 한 달 내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쿠팡과 공정위가 이미 법정 다툼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상품 추천 행위의 전면 금지가 시정명령에 포함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정명령 내용이 단순히 쿠팡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유리한 검색 결과가 도출된 이유를 설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상품 추천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경우라면 쿠팡이 로켓배송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행정소송의 대법원판결까지 4~5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로켓배송을 위한 22조원 투자 계획 시행은 리스크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400억원대 과징금에 대한 쿠팡의 반발심이 드러난 것”이라며 “다만 회사의 상징인 로켓배송을 단번에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쿠팡의 결정이 지역 경제와 소비자들을 볼모 삼아 공정위 시정명령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 교수는 “환자를 볼모로 삼은 의료계 파업과 뭐가 다른가”라며 “쿠팡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지자체·소비자에 제공해야 할 서비스는 시행하면서 본인들이 억울한 부분을 법정에서 푸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정위는 로켓배송이나 서비스 품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다. 금지 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쿠팡이 소비자와 지역 경제를 볼모로 위기를 넘기려는 행동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쿠팡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반박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유통업체의 중요한 차별화 전략인 PB 상품 진열 등을 놓고 공정위가 일률적인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하면 기업 간 경쟁은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은 줄어든다”며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도 불가능해진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