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선보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 키보 아츠아츠 전경. /김은영 기자

“호텔이야, 백화점이야.”

10일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호텔 라운지와 미식(美食)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남점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만나는 경계선에 있는 이곳은 좁은 입구에 호텔처럼 낮은 조도(밝기)로 인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조성된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하이엔드 푸드홀(식사 공간)과 파인와인 전문관으로 구성됐다. 2대가 운영하는 한국식 스시집 ‘김수사’, 도쿄 장어덮밥 전문점 ‘우나기 4대째 키쿠카와’, 중국식 요리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미가훠궈’, 신세계 한식연구소가 만든 모던 한식 다이닝 ‘자주한상’ 등 12개 레스토랑은 모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다.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호텔형 미식관

이곳의 장점은 밤 10시까지 술을 곁들이며 미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매장에 칵테일 바나 스시 오마카세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카운터 테이블을 설치해 셰프의 조리 과정을 지켜보며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또 조도를 50~400럭스(LUX)로 설정해 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구현했다.

10일 신세계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1층에서 바라본 푸드홀 라운지. 마치 호텔 라운지처럼 꾸며졌다. /김은영 기자

백화점 내 푸드코트나 음식점이 좁은 좌석으로 오랜 시간 머물기 어려운 데 반해, 이곳은 테이블 공간을 넓게 배치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게 했다. 모임이나 회식을 즐기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푸드홀 중앙에는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대기 공간이 마련됐다. 소파와 테이블 등 모든 집기는 까사미아와 협력해 특별 제작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기획한 김태남 신세계 식품담당 식음팀 바이어는 “지하 1층이 550평인데 좌석은 262석에 불과하다”라며 “보통 백화점에서 이 공간이면 600석 정도를 만드는데, 좌석을 여유롭게 배치하고 접객 수준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숯을 쓰는 매장이 세 곳이나 되지만, 음식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바로 위로 호텔 객실이 연결되는 만큼 후드 설비만 10억여원을 투자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선보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 김수사 전경. /김은영 기자

◇2.1억원짜리 와인 보관된 ‘와인셀라’도 조성

1층에는 400평 규모의 파인와인 전문관 ‘와인셀라’가 조성됐다. 호텔 컨시어지처럼 꾸린 입구를 중심으로 5000여 병의 주류가 진열됐다. 이 중 절반은 파인와인으로 분류되는 최고급 와인이다.

우수고객(VIP)을 위한 ‘프리미엄 셀라’도 마련됐다. 전 세계에 몇 병 없는 희소 와인과 숙성 빈티지를 모아놓은 은밀한 공간으로, 입장하기 위해선 직원에게 따로 문의해야 한다. 이곳에 보관된 와인 중 가장 비싼 와인은 ‘르로이 뮈지니(Leroy Musigny) 07′로 2억1000만원이다. 구매한 와인을 바로 미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룸(PDR)’룸과 와인 클래스를 위한 러닝 랩도 마련된다.

조은식 신세계 식품당담 와인 바이어는 “무조건 비싼 와인이 아니라, 구하기 힘든 레어한(드문) 와인을 모아놓은 곳”이라며 “와인셀라를 와인 애호가를 위한 공간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파인와인 전문관 '와인셀라' 내 프리미엄 셀라. 직원과 함께 들어갈 수 있다. /김은영 기자

◇연 매출 3조 전국 1번점... 리뉴얼로 1등 굳히기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기존 신세계면세점이 있던 센트럴시티 중앙부에 3개 층, 7273㎡(22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올 하반기 2층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분더샵을 꾸려 미식·패션·뷰티를 결합한 럭셔리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신세계 강남점의 영업공간은 9만3900㎡(약 2만8000평)로 커져, 더현대서울(8만9100㎡)을 제치고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2000년 개점한 신세계 강남점은 2016년 대규모 증축을 한 후 이듬해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을 추월해 현재까지 국내 백화점 점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국내 첫 연 매출 2조(2019년), 3조(2023년) 백화점 타이틀도 획득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출 3조원을 넘는 백화점은 영국 해롯백화점 런던점과 일본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위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 후 맹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 매출은 3조678억원, 롯데 잠실점의 매출은 2조7569억원으로 3000억원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이에 신세계 강남점은 모객 효과가 큰 F&B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선보인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의 경우 석 달간 350만 명을 집결했다. 이 기간 강남점 디저트 매출은 전년 대비 160% 증가했고, 강남점 전체 매출은 20%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