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장학재단은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한국 문학에 대한 열정을 기리기 위해 ‘신격호 샤롯데문학상’을 신설했다. 지난해 말 제6회 시상식을 끝으로 사라진 롯데출판문화대상을 대신해 좋은 문인과 작품을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롯데장학재단은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신격호 기념관에서 ‘제1회 신격호 샤롯데문학상’ 제정 설명회를 개최했다. 샤롯데문학상은 롯데출판문화대상을 대신해 롯데장학재단이 새롭게 만든 상이다. 재단 측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품었던 문학 세계와 열정을 계승하고 전파하기 위해 창업주의 이름을 딴 최초의 문학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시게미츠 다케오라는 필명으로 ‘나의 인생’이라는 에세이를 낼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룹명인 롯데도 독일 문학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인 샤롯데에서 따왔다. 또 롯데 계열사 건물 곳곳에 본인이 좋아했던 문인인 푸시킨과 괴테, 피천득 등의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날 설명회 인사말을 통해 “샤롯데문학상을 통해 많은 훌륭한 문인과 작품이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게 된다면 할아버지도 기쁘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한국 문화계 발전을 위해 역량 있는 문인들이 열정을 갖고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이사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딸이다.
소설가인 김홍신 자문위원장은 축사에서 “신 명예회장의 문학 사랑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다”며 “숏폼(짧은 영상) 시대가 되면서 문학이 삭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문학상을 통해 인본주의의 가치와 맛깔스럽고 향기 나는 세상을 가꿔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재단 측은 문학상에 롯데그룹과 신 명예회장의 이름이 들어가지만, 이들의 정신이나 취향을 반영해 작품을 심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문학 정신과 창의성 등 작품성에 집중해 문학상의 취지가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의 정신을 문학에 넣자는 게 아니라 좋은 문학인을 발굴하고 좋은 작품을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제1회 신격호 샤롯데문학상은 오는 10일부터 8월 30일 오후 6시까지 대한민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작품 응모 신청을 받는다. 작품 부문은 시·수필·소설 등 세 부문으로, 신 명예회장이 사랑한 작가들의 이름을 따 ▲푸시킨(시) ▲피천득(수필) ▲괴테(소설) 등 상 이름을 지었다.
작품 심사에는 현직 문학계 대학교수 등 11명이 참여한다. 10월 중으로 대상 3명(각 부문 상금 2000만원), 최우수상 6명(각 부문 2명씩 선정·상금 500만원) 등 총 9명을 선정한다. 상금은 총 9000만원이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챗GPT 시스템을 도입해 표절 여부도 검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