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과 신세계가 광주광역시 백화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옛 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더현대광주’를, 신세계(004170)는 현 광주신세계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일대로 확장 이전해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파크’를 세우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두 점포 간 거리는 2km 남짓으로, 차로 5분이면 갈 수 있다.
◇현대百, 기와지붕 얹은 더현대광주 2027년 말 개장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전날 광주시청에서 옛 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더현대광주의 설계 디자인을 공개했다. 설계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Herzog & de Meuron·HdM)이 맡았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건축설계사무소로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알리안츠 아레나, 2008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베이징국가체육장(버드 네스트) 등을 설계했다.
더현대광주는 대지 면적 3만3000㎡(1만 평), 연면적 30만㎡(9만 평) 규모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의 1.5배 크기로 지어진다.
외관은 시장, 도심 가로수길, 공공회관, 마을 등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듯한 구조로 설계됐다. 또 전통 문화유산의 본류인 광주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와지붕과 마루 등 전통문화의 요소를 백화점 건물과 접목했다.
‘빌리지(Village 마을)’라 이름 붙은 상층부 공간은 한옥 가옥을 모티프로, 전통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중층부는 공공회관을 의미하는 ‘바실리카(Basilica)’ 공간으로, 주변부에 정원을 구성해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1층은 유럽의 도심 길거리(Boulevard)를 모티프로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지하 ‘마켓’에는 호남 지역 맛집을 포함한 세계적 미식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더현대광주가 들어설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는 현재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건축 인허가를 받은 후 착공할 예정이다. 2028년 개장을 목표로 뒀지만, 이르면 2027년 하반기에 개점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당사 최대 규모인 판교점 이상의 재원을 투자하고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모여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광주 3배 규모로 확장·이전... ‘에루샤’ 유치
인근에 추진되는 광주신세계 확장·이전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일대에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를 짓기 위해 지난 2월 금호고속으로부터 버스터미널 일부를 4700억원에 매입했다.
신세계는 기존 광주점보다 3배(9만9000㎡) 큰 규모에 입점 브랜드 수도 현재의 두 배인 10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광주·호남 지역 최초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들이겠다고 밝혔다. 완공 시기는 2028년으로 잡았다.
국내에서 에루샤가 모두 입점한 백화점은 신세계 강남점 본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롯데 잠실점, 현대 본점 등 6곳으로, 모두 매출 상위권을 점하는 점포다.
신세계그룹은 이외에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어등산 관광단지에 2030년까지 복합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광주신세계 매출은 8233억원으로 전국 70개 백화점 점포 중 매출 14위를 차지했다. 해당 점포에 에르메스·샤넬과 같은 킬러 브랜드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상권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사는 지역 우수(VIP)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광주는 인구 150만 명에 이르는 광역시임에도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웃렛, 창고형할인매장 등이 없어 유통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후보실 공약으로 내세우며 급물살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