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정체에 빠진 국내 3대 백화점(신세계·롯데·현대)이 복합몰 경쟁에 나섰다. 고물가와 인구감소 등으로 성장 동력을 잃자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몰에 무게추를 두고 혁신에 나선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복합몰을 통해 백화점 브랜드뿐 아니라 아울렛 이월상품, 스파(SPA) 브랜드까지 아우르고, 엔터테인먼트와 식음료(F&B)를 강화해 쿠팡 등 이커머스로 돌아선 고객을 다시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22일 스타필드 수원 전경. 오른쪽으로 화서역파크푸르지오가 보인다. /오은선기자

◇롯데百, ‘타임빌라스’로 복합몰 브랜드 통일...스타필드 견제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쇼핑몰 롯데몰이 ‘타임빌라스’로 명칭을 변경한다. 여기에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유치해 복합쇼핑몰로 재탄생한다는 게 주요 계획이다.

그래픽=손민균

첫 시작은 롯데몰 수원점이다. 최근 인근에 개점해 인기를 끌고 있는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점은 단계적으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등 브랜드를 유치했고, 3층 식음료 업장도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 점포를 입점시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곳을 기존 백화점 프리미엄 이미지에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된 복합쇼핑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로 타임빌라스로 리브랜딩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정준호 백화점 부문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면서 주문한 핵심 점포 중심의 리뉴얼 작업의 일환이다.

당초 타임빌라스라는 브랜드는 2021년 9월 경기 의왕시에 오픈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에 처음 붙여졌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복합쇼핑몰에 이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전략을 수정해 이달 초 의왕 아울렛의 명칭에서 타임빌라스를 빼고 의왕점으로 대체했다.

롯데백화점은 수원점에 이어 롯데몰의 주요 거점 점포를 순차적으로 타임빌라스로 바꿀 예정이다.

◇현대 ‘더 커넥트 현대’, 신세계 ‘스타필드 시티·빌리지’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이후 첫 브랜드인 커넥트 현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 타자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재개장을 거쳐 오는 9월 ‘커넥트 현대 부산’이란 이름으로 재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커넥트 현대는 현대백화점이 2021년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브랜드로 매장을 연 뒤 처음 선보이는 새 브랜드로 백화점, 아울렛,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복합몰 형태다. 커넥트 현대는 아울렛을 어우르는 점포 콘셉트로 신상품뿐 아니라 이월상품도 함께 판매하고 자라, H&M 같은 제조직매형 의류(SPA) 매장이 들어갈 예정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의 하위 브랜드인 스타필드 빌리지를 전국 곳곳에 만든다는 입장이다. 스타필드 빌리지는 더 작은 만평 안팎의 규모로 개발, 인근의 도보 이용 고객을 타깃으로하는 모델이다. 지역 상권의 대표 커뮤니티형 상업시설로서 지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 및 집 앞에서 즐기는 전문 식료품점, 온 가족이 취미생활을 즐기는 아카데미, 헬스케어 등으로 구성해 지역 밀착형 상업시설로 꾸며진다. 신세계 측은 전국에 스타필드 빌리지를 2033년까지 30곳이상 만든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양극화· 오프라인 경쟁력 약화 등 극복 목표

이들의 복합몰 경쟁이 격화되는 까닭은 백화점업계 양극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영업면적 2만평(6만6000㎡) 이상의 더현대 서울(2만7000평), 롯데백화점 동탄점(2만8400평),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2만8100평) 등 초대형 백화점은 고객을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 업체들은 고전을 겪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빅 3 중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1995년 부산점을 개점하고 부산에서 영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입지인 범일동 상권 쇠락과 함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2009년)이 차례로 출점하며 매출 부진을 겪어왔다. 2013년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명품 3대장’까지 철수하며 고전해왔다. 부산점은 2023년 전국 4대 백화점 70개 점포 중 61위에 그쳤다.

롯데백화점도 잠실점 등 일부 대형 점포만 매출이 증가했을 뿐 지역 군소점포들은 역성장했다. 지난해 점포 당 매출도 신세계백화점은 2000억원, 현대백화점은 1000억원을 달성했지만, 롯데백화점은 537억원에 불과했다.

이커머스에 밀리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도 근원이다. 체험과 경험 중심의 복합쇼핑몰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이커머스로 돌아선 고객 발걸음을 다시 잡아오겠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백화점 명품 매출이 정체되고 오프라인에서 백화점하고 쇼핑몰이 마트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백화점 매출 하락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쇼핑몰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해서 상대적으로 온라인 대비해 고객 체험이 강해 향후 온라인 대응을 위해 오프라인이 가야할 대표적 형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