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는 롯데 계열사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 나섰다. 다만 재무 부담과 실적 부진으로 시장 분위기는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롯데하이마트,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쇼핑(023530) 등의 롯데 계열사가 줄줄이 회사채를 모집한다.

그래픽=손민균

롯데 계열사가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채 규모는 롯데칠성 15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 500억원, 롯데하이마트 800억원, 롯데쇼핑 2500억원 등 총 5300억원이다.

롯데칠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액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제 발행 규모는 이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계열사는 재무 부담 등으로 인해 시장 선호도가 높지 않아 수요예측 흥행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계열사별 전망은 엇갈린다. 롯데칠성은 'AA' 등급에 등급전망도 '안정적'인만큼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실적도 선방한 편이다. 롯데칠성은 작년 21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5.5% 감소한 수치지만, 유통업 전반의 침체를 감안하면 선방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A급인 롯데하이마트(071840)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들어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모두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AA급에서 A급으로 한 단계 신용등급이 내려왔다. 실적 부진으로 고강도 체질 개선을 단행했지만 재무 부담 등이 문제가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한 바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모두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급으로 내린 건 2012년 'AA-'로 신용등급이 책정된 이후 처음이다.

실적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82억원, 매출 2조6101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통폐합 등 체질 개선을 통해 흑자로 전환됐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21.8% 줄어들었다. 재무 부담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021년 61.1%, 25.4%에서 지난해 89.7%, 35.4%로 증가했다.

수익성 회복 전망도 밝지 않다. 중단기간 내 영업실적 회복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현재 수준의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경기 둔화, 경쟁 강도 심화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중단기적인 수익성 회복 정도는 낮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AA급이지만 유통업종이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롯데쇼핑 역시 시장에서 인기가 높지 않은 종목이다. 현재 롯데쇼핑 신용등급은 'AA-',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올린 증권신고서의 투자 위험 부분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현재 전사업군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다. 경기 침체로 유통산업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경우 경쟁사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알리와 테무같은 중국 이커머스 공습도 변수다.

서민호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국내 소비 침체 장기화로 산업 내 수요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미 익숙해진 온라인 구매는 대형마트 채널 수요 개선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으며, 근거리·소량구매 선호 현상도 가계 내 소비행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을 의식한 듯, 롯데쇼핑은 주관사단으로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을 대거 꾸리면서 혹시 모를 미매각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발행 금리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잦은 회사채 발행으로 부담도 뒤따르고 있다. 일례로 롯데지주(004990)는 지난해 3500억원, 올해 초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섰는데 이 때문에 롯데지주의 이자 부담인 금융비용이 1673억원으로 전년(888억원)보다 2배나 늘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금 조달비용이 확대된 데다,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배당과 상표권 수익도 감소하면서 롯데지주는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주관사단을 대형화해 발행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면서 "연초효과가 끝나고 이제 옥석가리기가 확실해지고 있어 일부 실적 부진 계열사의 경우 미매각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