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은 재방문 고객, 즉 단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발성 고객도 물론 중요하지만, 단골을 통한 정기적 매출원이 있어야 사업장이 장기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본사에서 만난 김정섭 대표는 "외식업장들이 CRM(Customer Relations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활동으로 생일 쿠폰을 보내주거나, 신메뉴 행사 등을 안내해 고객이 재방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대기 고객 관리 서비스인 나우웨이팅, 적립형 고객 관리 서비스인 도도포인트를 통해 외식 CRM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여가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야놀자의 자회사로, 2020년 나우웨이팅 운영사인 나우버스킹 인수와 2022년 도도포인트 인수를 바탕으로 출범했다.

회사의 CRM 솔루션은 월평균 500만 건의 포인트 적립이 이뤄지는 도도포인트와 월평균 150만 건의 대기 등록이 이뤄지는 나우웨이팅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해당 서비스에 입력한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재방문 횟수, 나이, 성별 등을 분석해 가입 회사에 제공해 이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정섭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대표. /양범수 기자

◇ "오프라인 공간 디지털화로 고객 특성 파악해 제공… 매출 증진에 도움"

야놀자의 외식 CRM 솔루션 사업은 '오프라인 공간의 디지털화'라는 목표 아래 전략적으로 나우웨이팅과 도도포인트를 인수하며 추진됐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사업자처럼 어떤 고객이 방문했는지, 실제로 매장에 몇 명이 찾았는지 등 고객 데이터를 모아 제공하면 고객사가 매장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로 생각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했다.

은행·카드사·통신사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CRM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영업자 등 소규모 사업체에서도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그랜드뷰리서치가 발간한 CRM 시장 규모에 따르면, 전 세계 CRM 시장 규모는 2020년 50조 2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10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 등 소규모 사업체에서도 마케팅 활동에 관심을 갖고 CRM 솔루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도도포인트 등) 솔루션으로 축적되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면 매장의 매출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도도포인트와 나우웨이팅 인수 이후 CRM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는 "두 조직의 인수 직후 초기 단계에는 각 사의 문화가 고객사 확대를 목표로 했기에 솔루션 역량 강화로 조직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었고, 적극적으로 고객사에 CRM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야놀자에프앤비의 CRM 조직은 도도포인트나 나우웨이팅을 통해 수집되는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사를 위해 맞춤형 문구를 제안한다든지, 특정 횟수 이상 방문 고객들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정보를 고객사에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CRM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국내에 거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CRM 솔루션이 실질적으로 재방문 고객과 매출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부산에 있는 한 고객사의 경우 지난해 1월 도도포인트를 도입한 이후 3개월 뒤 월 적립 건수가 280여 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570여 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고객사의 경우 재방문 고객이 늘면서 적립 수가 늘어났다"며 "고객사에서 CRM 활동으로 재방문 유도를 위한 마케팅 활동은 물론 자체 개발한 밀키트 상품을 홍보하면서 매출 증대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도포인트(왼쪽)와 나우웨이팅 단말기의 모습. /양범수 기자

◇ 성과 나지만 '초기' 단계… "고객 수 확보하고 서비스 고도화"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CRM 사업은 초기 단계에 있지만, 차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수 초기 200만 명 정도였던 도도포인트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0만 명으로 증가했고, 월 적립 건수도 400만 건에서 500만 건으로 늘었다. 고객사 수도 약 8000곳에서 1만여 곳으로 늘었다.

나우웨이팅 역시 인수 초기 가입 고객사 수가 2000여 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2700여 곳으로 증가했다. 누적 줄서기 건수도 5500만 건을 돌파했다. 올해는 가입 고객사 수 3000곳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매출도 서비스 점유율 확대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매출은 2020년 6억50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 15억6000만원, 2022년 69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기존에 운영하던 광고 사업을 정리하면서 전체 매출이 소폭 줄었으나, 본업인 솔루션 관련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했다"고 했다.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CRM 솔루션의 핵심인 '고객 수'는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음식점·주점업을 운영하는 업체 수는 80만648곳인데, 나우웨이팅과 도도포인트 가입 고객사 수는 단순 합산 하더라도 1만3000곳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CRM 솔루션의 핵심은 사업의 타깃 고객을 보다 정확히 파악해 더 많은 고객이 재방문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솔루션을 고도화해야 하고, 밀접 고객 수를 확보해 데이터의 축적 범위와 양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다른 업체와의 협업으로 더 많은 밀접 고객 수를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솔루션을 출시해 수집하는 데이터의 종류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마케팅의 고객 도달률 향상과 타깃 마케팅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지금은 매장 대기와 적립이라는 고객 경험의 양 끝단에 있는 부분을 갖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난해 출시한 QR코드 주문 서비스인 '야오더'나 점주님들의 자원 관리 솔루션 등 다양한 솔루션을 출시해 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월간 활성 이용 고객 수가 400만 명에 이르는 야놀자와의 시너지 강화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 뒤 궁극적으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대표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삼성전자 B2B 세일즈 부문 ▲토스 BDM ▲매켄지 컨설턴트 ▲야놀자 클라우드전략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