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F&F(383220) 주가가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주사인 F&F홀딩스(007700)가 F&F 주식 매입을 재개하면서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

주가 수준이 낮은 점을 고려해 지주사 지분이 높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키우면서도 승계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모양새다.

F&F는 지난해부터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가족회사 에프앤코에 오너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픽=정서희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홀딩스는 지난 15일과 20일 각각 F&F 주식 2만6000주와 5000주를 연이어 사들였다.

이번 장내 매수로 F&F홀딩스는 F&F의 주식 1216만2840주를 보유하면서 직전보다 지분율이 0.08%포인트 높은 31.75%의 지분율을 기록하게 됐다.

F&F홀딩스가 F&F 주식을 취득한 것이 처음이 아니다. F&F는 앞서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인 지난해 7월에도 수차례에 걸쳐 F&F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F&F홀딩스는 20여 일간 모두 13차례에 걸쳐 F&F 주식 43만1780주를 장내매수했다. F&F홀딩스는 이 주식을 사들이는 데 459억여원을 썼다.

매입 직전까지 F&F홀딩스의 F&F 지분율은 30.54%였으나, 1.13%포인트 증가한 31.67%가 됐다.

이 시기는 지난해 5월 1주당 11만7000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F&F 주가가 횡보를 멈추고 연일 하락하던 시기다.

7월 3일 종가 기준으로 12만200원을 기록했던 F&F 주가는 F&F홀딩스가 주식 매수를 멈춘 7월 26일 1주당 9만7800원으로 18.6% 하락했다.

이후 F&F 주가는 지난해 9월까지 1주당 12만원으로 올랐으나, 그 뒤 또다시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지난 15일 종가 기준 1주당 6만7900원까지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세운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1주당 10만8634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37.5%가량 낮은 셈이다.

F&F홀딩스가 F&F 주가가 낮은 점을 고려해 재차 주식 매수에 나선 셈인데, 업계에선 오너일가 지배력이 보다 큰 지주사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F&F는 지주사인 F&F홀딩스와 김창수 F&F 회장(23.00%)이 54.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60.59%에 이른다.

F&F홀딩스는 김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1.71%에 달한다. 김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갖고 있는 지분 역시 F&F에 비해 더 높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승범 F&F 상무의 F&F홀딩스 지분은 6.7%이며, 김태영 수프라 팀장의 지분은 6.13%다. 이들의 F&F 지분율은 각각 0.5%에 그친다.

향후 승계 작업을 위해서라도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김 회장은 지난해 가족회사인 에프앤코에 자신의 F&F홀딩스 지분을 두 차례 매각하면서 승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과 7월 보유한 F&F홀딩스 주식 86만3930주, 41만500주를 에프앤코에 넘겼다. 각각 200억원, 80억원 규모의 매매였다.

김 회장의 잇따른 지분 매각으로 에프앤코는 F&F홀딩스 지분 3.26%를 확보하게 됐다.

에프앤코는 김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화장품 회사로, 2009년까지 F&F의 자회사였으나 김 회장이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개인 회사로 바뀌었다.

김 회장이 F&F홀딩스 보유 지분을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88.96%의 지분을 가진 에프앤코에 넘기는 배경에 대해 상속세 재원 마련을 하면서 지주사에 대한 김 회장의 우호 지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또 김 회장이 에프앤코가 F&F 지분을 지속해서 넘기고, F&F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F&F홀딩스의 주가를 매입해 지배력을 키우면 에프앤코가 지주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에프앤코는 2022년 말 기준 907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F&F홀딩스의 주가는 올해 1월 초 1주당 3만950원을 기록했으나 지속해서 하락해 전날 종가는 1주당 1만7720원을 기록했다.

F&F 관계자는 “F&F홀딩스의 주식 매입은 현재 F&F의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이라며 “지난해 이뤄진 매입과 같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