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마트(139480)가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하며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희비가 엇갈렸다.
본업인 대형마트 사업의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감소한 데다, 계열회사인 신세계건설(034300)의 부진이 사상 첫 연간 연결 기준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
14일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9조4722억원으로 0.5%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은 187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가 연결 기준 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11년 신세계로부터 인적 분할돼 법인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계열회사들의 부진이 적자를 이끌었다. 이마트가 최대 주주로 42.7% 지분을 가진 신세계건설의 적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87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이 밖에 SSG닷컴(1030억원 손실), G마켓(321억원 손실), 이마트24(230억원 손실)가 적자를 냈다.
계열사 중에서는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실적이 좋았다. 매출이 2조9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 영업이익은 1398억으로 14.2% 늘었다.
그러나 본업인 이마트의 지난해 이익이 줄면서 계열회사들의 악재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이마트가 법인 설립 이래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9년(2511억원)과 비교해도 25%가량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조5500억원으로 7%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588억원으로 7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이마트 법인 설립 첫해 기록한 2476억원 보다 5%가량 높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롯데마트가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과 확연히 다른 결과다. 롯데쇼핑(023530)의 지난해 국내 할인점 사업 부문 매출액은 5조7347억원으로 약 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롯데쇼핑(023530)은 이러한 국내 할인점 사업 부문 실적에 힘입어 슈퍼와 해외 마트·슈퍼 사업을 합해 8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도 7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롯데쇼핑은 2022년부터 추진한 통합 매입을 바탕으로 매출총이익률을 개선한 것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한채양 대표 취임 이후 롯데마트 사례를 벤치마킹해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 초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해 2025년을 목표로 매입과 운영, 물류 등의 기능 통합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은 그로서리(마트·슈퍼) 사업부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1%포인트 개선됐다고 밝혔는데, 이마트가 이 같은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개선하게 되면 지난해 기준으로 3332억원의 매출총이익이 더 발생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이마트의 통합 작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사적 구매통합 노력과 할인점 경쟁력 회복에 집중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마트의 유통업 내 지위를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 의지가 충분히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계 내식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이마트 본업에는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 식비 지출 중 내식 비중은 약 51%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직전 분기 대비 3.1%포인트 증가했다.
더불어 할인점 휴일 영업 규제 완화 등 호재가 존재하기에 건설 리스크가 해소되면 역사적 전저점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주가 역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세계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본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 PF 부실화 우려에 따른 충당금 설정이 예상된다”면서 “자구책을 마련할 경우 최악의 구간은 면할 수 있지만, 연결 부채 증가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비용 증가, 할인점 오프라인 출점을 재개하겠다는 전략이 지연되면서 성장성 확보를 위한 투자가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올해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과 온라인 자회사의 비효율 제거, 수익구조 안정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3사 기능 통합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와 물류 효율화로 주요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운영해 가격 리더십을 주도하고 집객 선순환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SSG닷컴 역시 물류 체계를 효율화하고 대형 센터 중심의 권역 재편, 운영개선 등으로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8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G마켓도 풀필먼트 운영 개선과 인공지능(AI) 광고 서비스 등으로 수익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3사 기능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하고, 온라인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어 올해 연말 사상 첫 연 매출 3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