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명품 매장과 온갖 향을 뿜어내는 화장품·향수 매장 사이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말쑥한 옷차림에 회사 로고와 명찰을 달고 있는 직원이 서 있는 곳. 안내데스크다.
매장·편의시설의 위치나 판촉 행사 등을 안내하는 곳으로 백화점의 시작과 역사를 함께한 곳이지만, 최근 들어 디지털 전환과 매출 신장 압박 속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중동점은 작년 말을 끝으로 1층 안내데스크 운영을 종료했다. 편의시설이나 층별 안내 등이 필요한 고객들이 점포 내 설치된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는데다, 통합교환센터 등으로 점포 안내 등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어 유지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이 중동점 안내데스크 운영을 종료하면서 수도권 지역 매장 가운데에서는 인천·동탄·수원·안산·평촌점 등 5곳의 점포에서만 1층 안내데스크를 운영하게 됐다.
서울에선 본점을 비롯해 잠실·강남·건대시티점 등 4곳에서, 지방은 동래·창원·부산본점에서 안내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전국 32개 점포 중 안내데스크를 두고 있는 곳은 12곳(38%)뿐이다.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주요 점포나 외국인 고객 방문이 많은 소수의 점포에서만 1층 안내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13곳 중 3곳(본점·강남·센텀시티점)에서만 1층 안내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곳 중 2곳(더현대서울·충청점)만 안내데스크를 1층에 두고 있다. 안내데스크가 있는 점포가 약 13%에 못 미친다.
백화점들이 1층에서 안내데스크를 없앤 것은 비용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 안내데스크가 자리하던 장소에 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킬 경우 매출이 발생하기에 안내데스크 운영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안내데스크가 있던 자리는 출입구 바로 앞이나 1층 매장 한 가운데"라며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면 월 매출 1억원은 나올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에 점포에서 그런 자리에 안내데스크를 운영해왔지만 이를 이유로 키오스크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했다.
인건비와 교육 등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이유로 꼽힌다. 안내데스크에는 보통 교대를 위해 2명 정도의 근무자가 필요하며, 직원들 역시 전문적인 안내를 위한 교육을 받는데 이를 키오스크로 대체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안내데스크 운영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큰 부담이겠지만, 운영에 따르는 비용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안내데스크처럼 과거에는 승강기 안내원과 주차 도우미가 백화점에서 사라졌거나 축소됐다. 1970년대 큰 건물이나 호텔, 백화점 등의 승강기에 배치돼 승강기를 조작하거나 안내하는 직업이었던 승강기 안내원은 정부 지침에 따라 하나 둘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1991년 부처의 승강기 안내원을 1995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백화점 등 민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부 결정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승강기 안내원이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면서 사라져야할 직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 점, 엘리베이터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작동법에 익숙해진 점 등을 고려해 이뤄졌다.
백화점 주차장 층마다 몇명씩 배치돼 주차 가능 구역을 안내하던 주차요원과 주차 도우미 역시, 2000년대 중반부터 주차 가능 구역을 표시해주는 신호기가 들어서면서 점차 줄며 층마다 1~2명 정도의 근무자가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다만, 백화점 업체들은 주차를 백화점 서비스의 일환으로 보고 주요 점포 등에서는 차량 크기 등에 따라 주차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전과 같이 다수의 근무자를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