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아트콘텐츠실을 재정비한다. 업계에선 미술(아트) 시장의 불황에 따라 아트 사업을 축소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아트콘텐츠실의 소속을 기획 부문에서 마케팅 부문으로 이동시켰다.

아트콘텐츠실은 롯데백화점이 예술을 접목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 2019년 신설한 아트비즈니스실이 전신이다. 당시 롯데는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를 실장(상무)으로 영입하며 아트 사업에 힘을 줬다.

롯데쇼핑(023530)이 1979년 롯데쇼핑센터 개관과 함께 롯데갤러리를 선보인 이래, 미술 전문가를 임원급으로 영입한 건 처음이었다.

2022년 열린 롯데 아트페어부산 전경.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이후 해당 부서의 명칭을 아트콘텐츠실로 바꿨고, 지난해엔 소속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기획 부문으로 이동시켰다. 마케팅·홍보를 넘어 아트 관련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수익구조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실제 롯데는 아트콘텐츠실 설립 후 '아트부산'과 연계해 자체 아트페어를 주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아트콘텐츠실은 마케팅 부문으로 또 소속이 바뀌었다. 아트콘텐츠실을 이끌던 김 상무도 작년 말로 회사를 떠났다. 현재 아트콘텐츠실은 마케팅 부문장이 겸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트콘텐츠실장이 퇴임하면서 마케팅 부문장이 해당 실장을 겸임하고 있다"며 "올해 '아트페어부산' 개최 여부 등을 포함한 사업 방향성과 진행 내용은 잡아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서의 잦은 타이틀 및 소속 교체에 업계에선 롯데가 아트 콘텐츠 사업화하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기존의 마케팅 업무에 주력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백화점에서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해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란 거다. 백화점에서 그림을 판매하고 떼는 수수료율은 통상 10% 이하 수준으로, 백화점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롯데는 경쟁사인 신세계보다 아트 사업에 소극적이란 평가가 있었다"면서 "최근 미술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신세계(004170)의 경우 오너인 정유경 총괄사장 직속으로 갤러리팀을 두고 미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제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는 업계 최초로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서울 청담동에 첫 백화점 외부 갤러리를 개설했다.

2021년에는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063170) 지분 4.8%를 280억원에 취득하고,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6675억원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 작품 수는 5만1590점으로, 15%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 성장세가 주춤하자 미술 시장의 주 고객인 고액 자산가들의 미술품 거래가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제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의 방문객은 나흘간 7만여 명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열린 '키아프 서울'의 5일간 방문객은 총 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점포 내에 자체 갤러리를 운영 중인 서울 시내 A백화점도 매 전시 관람객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험 소비가 대세가 된 만큼 '콘텐츠'로서 미술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백화점 마케팅 관계자는 "한때 유통업계가 미술을 수익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마케팅 관점에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집객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