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배달 대행업체 부릉(VROONG)과 손잡고 서울 강남에 1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세운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이르면 다음 달 중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정서희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MFC 설치를 위한 계약과 함께 MFC 운영에 필요한 물류 위탁 계약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컬리는 MFC 운영 파트너사로 다수의 위탁 물류 업체를 검토해, MFC 운영 경험이 있는 부릉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가 설치하는 MFC는 퀵커머스 사업을 위한 ‘다크 스토어(Dark Store)’로, 현장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받은 주문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공간이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이나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의 물류 센터와 같은 형태다.

컬리의 퀵커머스 사업 진출은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앞두고 꺾인 매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지난해부터 각종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 작업을 벌여 지난해 12월 창립 이후 첫 월간 EBITDA 흑자를 기록했지만,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매출 성장세는 대폭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컬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54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했다. 컬리의 연도별 매출액 증가율은 ▲2019년 170.8% ▲2020년 123.5% ▲2021년 63.8% ▲2022년 30.5%다.

올리브영·배달의민족 등 먼저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업체들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리브영은 2018년 오전 10시~오후 8시 사이 주문 건에 대해 3시간 이내 배송을 완료하는 ‘오늘드림’으로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온라인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CJ올리브영의 2021년 1분기 온라인 매출액은 105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591억원으로 145.8%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이 2019년 시작한 B마트 역시 서울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부산과 울산, 대구, 충청 지역에 약 70여개의 MFC를 갖추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B마트가 성장하면서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상품매출도 증가세다. 2019년 507억원이던 우아한형제들의 상품매출은 10배 가까이 늘어 2022년 5123억원을 기록했다.

컬리는 식품 중심의 B마트와 뷰티 상품 중심의 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을 합친 형태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에 강점이 있던 컬리가 뷰티컬리 사업이 성장하면서 비식품 취급 품목 수가 식품을 넘어서는 등 비식품군의 경쟁력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퀵커머스 사업은 물류 센터 투자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따르는 사업이어서 컬리의 수익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퀵커머스 서비스인 ‘이츠마트’ 운영 지역을 축소해 서울 송파와 강동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MFC와 관련해서 최종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