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하월곡점에 입점한 니토리 1호점. /이마트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홈퍼니싱(집꾸미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가 국내 유통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국내 시장에 상륙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회사 이케아가 국내에서 추가 출점을 중단한 틈을 타 일본 최대 가구업체 니토리가 중저가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마트(139480) 하월곡점에 1호점을 낸 일본 가구점 니토리는 다음 달 22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2호점을 여는 데 이어, 홈플러스 가양점(3월), 인천 연수점(4월)에 잇달아 매장을 낼 예정이다.

니토리 관계자는 “다음 달 22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2호점을 연다”라며 “2호점 오픈에 맞춰 한국 진출 성과 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니토리는 일본 최대 가구·홈퍼니싱 소매 기업이다. 1967년 가구 전문점으로 시작해 일상용품 및 잡화까지 상품군을 확대했다. 국내에서는 매트리스, 소파, 수납장 등 중소형 가구와 리빙·인테리어 제품 8000여 개를 판매하고 있다.

제품 기획·제조·물류·판매 등을 통합 관리하는 SPA(제조생산일괄화) 방식을 적용해, 합리적인 가격과 폭넓은 상품군을 선보여 ‘일본의 이케아’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출점은 국내 진출과 함께 예고했던 바다. 출범 당시 니토리는 “이케아와 차이점은 매장 수”라며 “10년 내 한국에 200개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외곽에 대형 매장을 짓는 이케아와 달리 고객이 “30분 내 도착할 수 있는 매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대구에 점포 출점을 앞뒀던 이케아가 지난달 경영 악화를 이유로 신규 출점 계획을 보류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케아는 1800억원을 들여 2025년 대구에 신규 매장을 건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진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대구시에 밝혔다.

이케아가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국내 첫 이케아 도심형 매장으로 선보인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 현재 이 매장은 종료한 상태다. /현대백화점

스웨덴 가구 공룡 이케아는 국내에 진출한 지 10년이 됐지만, 매장 수는 4개에 그친다. 원인은 실적 부진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케아의 2023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액은 6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88%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5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33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출범 초만 해도 이케아는 국내 가구시장을 잠식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도심 외곽에 대형 매장을 운영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구매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했다. 여기에 건설경기 침체와 주택 매매 감소 등으로 업황이 부진한 것도 한몫했다.

2020년대 들어 도심으로 접점 매장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니토리는 일본 현지에서 도심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매장을 다수 출점하는 전략으로 이케아를 압도했다. 1인 가구가 급증하자 작은 원룸에 혼자 사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소형 가구와 소품 중심으로 상품 전략을 짠 것도 주효했다.

국내에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하월곡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한 주부는 “이케아가 비비드(선명한)한 색감이 특징이라면, 니토리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많아 인테리어 하기가 더 수월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가 식료품 매장을 줄이고, 체험형 테넌트(핵심 점포)를 확대하는 추세도 니토리의 계획과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1호점인 하월곡점 역시 마트 면적을 기존보다 67%가량 줄인 5057㎡(1530평)로 축소하고, 테넌트 공간의 절반이 넘는 2975㎡(900평)을 니토리 매장으로 구성했다.

하월곡점 개점 당시에는 한채양 이마트(139480) 대표가 현장에 나와 “니토리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도록 돕겠다”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마트는 비식품 등 공산품의 온라인 쏠림 현상에 대응해 그로서리(식료품) 중심으로 마트 부분을 축소하고 고객을 집객할 수 있는 테넌트 구색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이런 니즈에 니토리가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편, 홈퍼니싱 업계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한샘(009240), 현대리바트(079430), 신세계까사 등이 2022년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3분기부터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적 반등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한샘은 온라인몰을 통합 리뉴얼해 운영비를 줄였고, 현대리바트는 고급 가구를 도입하고 무상 AS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 부문을 강화했다. 신세계까사는 소파와 침대 등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적자 탈출을 노린다. 이달 첫 주의 경우 드레스룸과 수납가구·소품 매출이 전주 대비 21% 증가했다.